사랑해 마지않는 약혼자가 다른 여자에게 눈이 돌아갔다. 이대로 약혼자를 빼앗길 순 없다. 한 모금만 마셔도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는 묘약을 전부 그가 마실 차에 통째로 들이부었다. 다시 예전처럼 사랑해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런데……. “잠깐만! 마시지 마세요!” 그건 당신 줄 게 아니라고! 정작 마셔야 할 약혼자는 마시지 않고 애먼 인간이 차를 마시고 말았다. 그것도 오만하고 제멋대로이기 그지없는, 북부의 늑대라 불리는 사내가. 찻잔을 전부 비운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첩살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야.” 단 한 번도 바란 적 없는 교태스러운 순종이었다. 누구에게도 굴종하지 않던 늑대가 친히 자신의 목에 목줄을 채웠다. “기라면 기고, 꿇으라면 꿇을 테니 후에 결혼하거든 날 정부로 들이지 않겠어?” 상대를 당장에 녹여 먹을 듯 간드러진 음성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바란 건 결단코 이런 게 아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