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논 공작가의 공녀이자 펠리스타 대공비, 레이시. 그녀는 황제의 주선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원수 집안의 라페즈 펠리스타와 결혼했다. 이에 따른 캄캄한 결혼 생활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럼에도 가문을 위해 버텨왔는데. “레이시.” 그녀가 죽었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살인자라는 누명, 이로 인한 처벌과 작위 박탈, 가문의 멸문, 끝내는 목숨까지도. 결국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오히려 과거로 돌아와 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젠 그녀를 살려낼 수밖에. * * * 그러나. “레이시! 아니야, 이건 아니잖아……. 제발 좀 일어나 봐, 레이시!” 반전은 없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아무리 부르고, 또 애원해도. 결국 라페즈는 우두커니 놓인 관에 손을 얹고 말을 건다. 그녀가 들어주기를. “미안하지만, 다시 관 뚜껑을 열고 일어나 줘야겠어, 레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