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루니아 아론. 처절한 후회 속에 제 심장을 바쳐 시간을 되돌린다. 5년을 거슬러 그가. 킬라일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 그녀는 오직 그를 지키기 위해 라단으로 향한다. 차가운 시선과 무심한 행동들이 낯설기만 하다. 불과 며칠 전의 다정했던 그는 없다. 당연한 일이었다. 제 손으로 그를 죽였고, 또 제 손으로 시간을 되돌려 서로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왔으니까. “고맙긴 한데 이렇게까지 해 주지 않아도 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 정도는 내가 부담스러워서 말이야.” 시리도록 차가운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더라도. “이래서야 우리 사이에 그런 소문이 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않나.” 그저 그가 살아있음에, 그를 지킬 수 있음에 만족하려 했다. 그런데 어째서 너의 시선이 나를 좇는 걸까. 어째서 너는. “왜? 개새끼랑은 이러기 싫어?” 나에게 왜. “흥분한 개새끼 할래, 그냥.” 또다시 네 마음을 내게 준 것일까. 이번 생은 오직 너의 안위만을 생각하려 했건만. 어리석은 나는 또다시 너를 욕심 내고 만다. 표지 일러스트_Shi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