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늘
우이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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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꽃은 당신의 발끝에 물들어 간다

나르키는 그녀의 시선이 저를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탐탁하지 않았다. 내 시선은 당신을 향해 있는데, 대체 당신은 어디를 보고 있는 걸까. 혹여나 다시 도망갈 궁리를 하는 걸까. 수면 위로 돌이 떨어지듯 그의 마음에도 불안이 툭 떨어지며 파동을 일으켰다. “알았죠?” 나르키의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말. 완곡한 단어 이면에 숨겨진 그의 진심은 그리 간결한 말들로 정의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노골적인 시선에서 느껴지는 기류가 온몸을 타고 올라와 그녀를 옭아매고 있었다. 나르키는 올딘에게 잘 가다듬은 말들만 전하고 있으나 그 속에서는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렇게 심연 끝으로 몰려 들어가다가 끝내 한데 어우러진 채로 떠오르는 감정이 있었다. “제발요.” 다 좋으니까, 내게서 도망가지 마. “말해 봐요.” ***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올딘.” 상처받은 건 이쪽인데. 어째서 네가 그런 표정을 지어. 올딘은 상처받은 표정으로 채근하는 나르키를 보며 무언가에 홀린 듯 대답했다. “나.” 나르키가 올딘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해할 수 없어요.” 본디 우리는 서로에게서 서로를 봐 왔다. 고로 그것이 당신의 태도가 달라질 이유일 수 없다. “그게 우리잖아. 원래 그랬어.” 거센 악력으로 어깨뼈가 짓눌리며 통증이 느껴졌지만, 올딘이 차마 그의 손을 뿌리칠 수 없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의 떨림이 그의 손에 닿은 올딘의 어깨 위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 한때는 그랬었지. 하지만…….” “…….” “너는 내가 알던 그 애가 아니잖아?” 올딘은 그런 나르키를 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