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린 아닌 것 같은데. 더 하면 더 했지.” 권력의 정점에 선 남자, 한태주. 시궁창 같은 소희의 삶에, 그가 밀고 들어왔다. “왜 이러시는 거예요.” “글쎄. 더 비싸게 사고 싶어서?” 원하는 것은 놓쳐본 적 없는 남자는 끊임없이 소희를 흔들어 놓았다. “뭘 또 그런 표정을 지어. 키스하고 싶게.” 그녀가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도, 다리를 저는 삼촌이 있다는 것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일 끝나고…… 해요.” 하. 역시 맹랑하지. 태주는 허공에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안 그래도 한계치까지 다다른 인내심이 뚝 하고 끊어질 것 같았다. “그게 무슨 뜻인 줄은 알고.” “아, 알아요.” “알면.” 나도 더는 안 참아.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 태주가 나직한 속삭임을 흘려 넣었다. <2024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로맨스 부문 대상 수상작>
“자존심 세울 시간에 지나가는 사람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져. 혹시 알아? 잡혀 줄지?” 새어머니의 천대. 아픈 할머니의 병원비. 벼랑 끝에 선 민희는 아버지의 강요로 나간 맞선 장소에서 그 남자, 한도진을 만난다. 한주의 후계자. 깡패 기업을 10대 기업 안에 들게 한 남자. “주민희, 나랑 결혼해.” 그런 그와 3년짜리 계약 결혼을 하게 된 건, 철저히 서로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하룻밤의 실수로 선을 넘은 어느 날. “화를 내야지. 짐승 같은 새끼야, 곁에 오지도 마, 그렇게 말해야지.” “전…… 그런 말 못 해요.” “왜.” “좋았…… 으니까요. 막 두근거리고 흥분되고 그랬어요.” 민희는 다시 선 밖으로 나가기보단, 선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기를 택했다. “무서워서 눈도 못 마주치면서 잘난 척은.” “무, 무서운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이를테면.” “롤러코스터 같은 것도 무섭잖아요. 해외에 처음 나가도 무섭고. 무섭다고…… 나쁘고 싫은 건 아니에요.” 롤러코스터. 해외여행. 도진은 허울 좋은 그 말에 홀랑 넘어가고 싶었다. 죄책감이고 양심이고, 다 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주민희를 한입에 삼켜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네. 진심으로요." “그래. 그럼…….” 탁. 도진의 서류 가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타 보자. 그 망할 롤러코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