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떠오르는, 대지가 수분을 머금고 있는 축축한 그 순간의 향.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향이 있다. “전혀 아니야. 다시 만들어줘!” 저 미워할 수 없는 진상은 세인이 만들어준 향수가 자신이 원하는 향이 아니라며 여러 번 퇴짜를 놓았다. 벌써 10번째 실패였다. “이건 라시아나 님의 기억 속 향이잖아요? 혹시 소중한 사람과 만난 추억인가요?” “그 향수 만들면서 맞춰봐!” 그렇게 얼마 뒤 다시 찾아온 라시아나에게 새로 만든 향수를 건네주는데. “…이 향이 아니야. 이렇게 옅진 않았어.” “…라시아나 님이 원하는 향을 만들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해요.” “…정말 모르겠어?” 결국 11번째도 실패. “…사람 괴롭히는 것도 작작 하세요!” “추억은 분명히 있어. 비 향도 맞고.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는데, 상대방은 아닌가 보지.” 라시아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돈주머니를 꺼내어 테이블에 툭 던졌다. “금고에 넣어놔. 오늘 널 온종일 빌릴 금액이야.” “네?” “뭘 그렇게 놀라? 지금부터 널 빌릴 거야. 따라와. 내 추억을 네 머릿속에 완전히 박히게 해줄 테니까.” 얼떨떨해하던 세인은 라시아나의 손에 이끌려 공방을 나선다. “맥박이 뛰는 곳이 향이 더 잘 느껴진다고 했지? 지금 네 심장이 뛰면서 향을 내뿜고 있는 것만 같아.” “어… 이건, 어….” “응…? 그런데… 심장… 괜찮아? 너무 빨리 뛰는데…?” “기,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 라시아나의 추억 속 향을 찾기 위해 도착한 리포라 숲에서 왠지 모를 달콤한 분위기에 세인의 두근거림은 좀처럼 멈추질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