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서경은 너무 다정해.” 명원고 모두의 왕자님, 그 애. 그 애를 향한 단어들은 죄다 둥글고 향기가 난다. 내 것과는 다르게. “하여간 낯짝으로 유세 존나 부려. 싸가지 없는 년.” 남의 진심도 몰라주는, 아빠 빽 믿고 나대는, 뒷소문도 구린. 나를 향한 단어들은 죄다 뾰족하고 악취가 났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씹을 테면 씹으라지. 기죽어 우느니 차라리 싸가지가 없고 말겠다고. “지연서, 넌 원래 그런 식으로 남의 관심 끄는 거 좋아해?” “야, 차서경. 너 나를 알아?” “너 벌써부터 그런 식으로 살지 마.” 그 애도 똑같았다. 내키는 대로 나를 평가하는 것. 그런데- “만약에 누군가, 네가 알아듣지 못할 말로 너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면? 그래서 그걸 해석하느라 마음이 한 번에 가닿지 않으면?” “…그럼 난 그 말을 오래오래 곱씹을 거야. 내 마음에 온전히 닿을 수 있을 때까지.” 민트처럼 싸하고 청량한 그 애가 어느 날 제 것 같은 마음을 내밀었다. 파랑도 초록도 아닌, 민트 같은 마음을.
룀른의 공식적인 벽의 꽃, 온갖 추문의 주인공 엘레노어 브린힐, 수도로 돌아오다! 제국 최고의 신랑감, 마티아스 닐센의 신부로. “우리는 일 년만 함께할 겁니다, 형식적인 부부로서. 그 이상의 시간은 없을 겁니다. 분명히 말해 두죠.” “저는 그래도 좋은 아내가 되겠어요, 일 년 동안.” 귀찮은 짐처럼 떠맡은 새 신부는 모든 것이 닐센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서류는 형식일 뿐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가 온 이유는, 침대를 데워 드리려고요.” “……여자가 남자의 침대를 데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압니까?” “물론이죠. ……그게 아내의 의무라 배웠어요.” 아내의 의무를 말하며 얼굴을 붉히는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