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다시 만나,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가 다시 수안을 찾은 것도. 오늘 밤, 두 사람이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도. 모든 일이 수안에게는 꿈에서조차 바라지 못한 일이다. '아니, 난 너에게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7년을 모두 바쳤어.' 헤어진 이후부터 쭉, 태훈에게 각인된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젖은 머리카락의 물기로 그녀를 간지럽히며 태훈은 수안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그러고선 천천히 입술을 머리 위에 내린다. 깊은 밤을 알리는 신호였다. “후회하지 마.” 짙은 스모키향이 날 것 같은 그의 깊은 눈동자가 빛난다. 수안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한다. “내가 원해서 왔어.” 둘 사이의 시간이 멈춘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첫사랑. 한번도 지울 수 없었던 깊게 새겨진 이름. 서로를 향한 운명의 피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어디서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내 취향인 게 굴러 들어왔을까.” 그는 눈가 끝에 있는 눈물점을 만지며 말했다. 자주 보이는 버릇을 내비칠 때면 꼭 나른하고도 음험한 목소리로 듣기 부끄러운 소릴 내뱉곤 했다. 버릇없이. “안 비서는 밤에도 내 취향일지 궁금해지는데.” 그녀의 언더커버 이름 안지연, 본래 이름은 이랑희. 대현건설이 이름을 바꾸기 전 대박산업이었을 당시, 그들이 지은 상가는 부실 공사로 무너져 내렸다. 하청 업체였던 랑희의 부모님은 몹쓸 선택을 하고, 혼자 남은 랑희는 언젠가 이 문제를 꼭 파헤치리라 다짐하며 경찰 조직, 특수 수사대 N.O.I.R.에 들어갔다. 드디어 찾아온 기회. 대현건설 오너의 아들이자 신사업 본부장을 맡고 있는 강필우. 그를 바로 옆에서 보좌하면서 정보를 빼내고 그들의 죄를 밝혀낼 수 있는 기회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그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안 비서님, 나랑 같이 대현건설을 무너트려 볼래요?” 떠보는 걸까, 진심인 건가. 헷갈리는 사이, 둘은 진심과 거짓을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