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공군 장교 집안의 완벽한 피조물 이승혁. 모든 것을 가진 남자에게는 딱 한 가지, 목표 의식이 없었다. 목적 없이 부유하던 24살 초봄, 변화하는 계절과 같은 빛깔의 눈동자를 한 온리안이 삶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고고하게 하늘을 비행하며, 지상의 모든 것을 발아래 둔 남자는 분명 온전하게 가졌다고 여긴 그녀가 떠나간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 그렇기에, 망설임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해나 타협의 영역이 아니었으니. 뒤를 돌아보는 나약함은 담지 않았다. 마음 따위는 곁에 두고 얻으면 그만이었으니. 그리고 마침내 아무런 죄의식은 남아있지 않았다. 고작, 날개 하나 꺾었을 뿐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