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여인, 황후.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가족을 버리면서까지 오르려 한 자리였다.하나 남을 짓밟고 오른 권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비참한 죽음 후에 새로이 눈을 뜬 성운은 칠 년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황후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으로 말이다.‘일단 가족부터 구해보자.’이전과는 달리 살아야 했다. 또 죽을 수는 없다. 그녀의 죽음에 가담한 이들과는 철저히 거리를 둘 작정이었다.하지만 세상만사 마음대로 안 되는 법.“그런 이유로 나를 피한 거라면… 대체 내 옷은 왜 벗긴 겁니까?”광증을 앓는 황자는 자신의 비밀을 본 여인은 처음이라며 그녀에게 집착하고,“낭자는 참 이상한 분입니다. 그래서 특별합니다.”감정이라곤 개미 눈물만큼도 없던 오라비의 벗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고 대뜸 고백을 하지 않나,“우린 서로 생명의 은인이니 네가 내 삶의 이유 아닐까?”거기다 생명의 은인을 자처하는 정체불명의 사내는 만날 때마다 낯간지러운 말만 해댄다.문제는, 모두 하나같이 저를 죽이려던 사내들이란 거였다. 어떤 식으로든 제 죽음에 기여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선택지는 하나였다.“원수와 혼인할 바에 원녀가 되는 게 낫지. 나는 할 일이 많다고.”그들이 뭐라 하든 갈 길 가는 거다.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다. 한데 제 선택에 따라 뒤바뀐 운명이 한둘이 아니다.아, 착하게 살 걸. 고생길이 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