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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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저로 간 반쪽짜리 치유술사

귀족 영애로 신분 세탁할 기회가 왔다!조건은, 위독한 공작의 몸을 완치시키는 것. 한 몫 챙겨 이 나라를 떠날 생각이었는데.한데, 시작부터 공작이 치유를 거부한다.그럴수록 하프 치유술사 레이나는 오기가 생긴다.***“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낮게 깔린 음성은 앞에 있는 사람이 여자라는 이유로 더는 봐줄 수 없다고 말했다.가슴께를 치유하고 복부에 손을 대려 할 때 칼리스가 참지 못하고 레이나의 손목을 드세게 잡아챘다. “으악!!”위독한 상태임에도 그의 완력은 대단했다. “이…… 이거 놔요!”레이나가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씩씩거리며 그를 노려보는데, 칼리스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평안했다.“치유하지 말라고 했잖아.”“이러시면 저도 가만 안 있습니다!”레이나 있는 힘껏 그의 손등을 콱! 물었다.“으…… 윽!”어이없는 공격에 당황한 공작이 신음을 뱉었다. ‘전쟁의 신’ 칼리스에게 이로 물어뜯는 싸움은 전혀 상상 밖이었다.남자의 손아귀 힘이 풀리자, 그 틈에 레이나는 얼른 손목을 빼서 그의 복부에 갖다 대었다.치유술사는 고개를 뻔뻔하게 치켜들었고, 남자는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사라락 미풍이 불어와 레이나와 칼리스 사이를 간질이고 지나갔다.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던 칼리스의 긴 손가락이 흠칫 멈추고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더니,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었다.“너 지금 얼마나 엉망인 줄 알아? 좀 전에 엉엉 울어서 눈두덩이는 퉁퉁 부었고, 눈도 살짝 벌게. 여기 입술 다친 덴 피딱지가 앉았네.”그가 입꼬리 근처를 콕 집었다. 공작의 타박에도 레이나는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려고 했다. 레이나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이 모습을 공작님만 봐서 다행이에요.”그녀의 대답에 입꼬리 근처를 배회하던 공작의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살포시 잡았다. 그리고 새벽 물안개처럼 혼몽한 눈빛으로 속삭였다.“레이나…… 네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