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금발, 비현실적인 외모, 사연이 있어 보이는 깊은 눈.……그리고줘도 안 가질 치렁치렁한 복장.“으아아아아악-!!”“아아아아아악-!!”그렇게 어느 날,그는 우리 집에 떨어졌다.*“난 레안드로스 줄리안 테리온 에트시나라고 한다.공작 가문의 차남이자 정식 후계자이지.”처음에는 그가 영화에서 나왔다고 생각했다.저기 많고 많은 유럽 시대극 어딘가에서.“이건 핸드폰, 이건 노트북, 그리고 저건 헤드폰이야.다 비싼 거니까 함부로 만지지 마. 특히 이 노트북은.과제 날아가면 너를 재물손괴죄로 감옥에 보내 주겠어.”“무엄하군! 황제 폐하의 허가 없이는 그 누구도 나를 옥에 보낼 수 없다!”“얘야, 여긴 헌법이 수호하는 민주공화국이라 그런 거 없단다.”20살의 기사이자 차기 공작.갓 성인이 되어 부루퉁한 표정이 꽤 귀여웠던 그 남자.“그래도 우리 너무 정 붙이지는 말자. 어차피 넌 돌아가야 하잖아.”……그런데 그게 말처럼 되나.결국, 단 며칠 만에 사랑을 속삭이고 말았던 그 순간.그는 처음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그가 떠난 후에야 어디에서 왔는지 알게 되었다.약 1,000페이지로 이루어진 로맨스 판타지 소설.그리고 의도치 않게,이번에는 내가 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다.한데 책 속의 세계는 이미 10년이 더 흘러,레안드로스는 그 사랑스럽던 청년의 탈을 쓰고서완전히 다른 남자가 되어 있었다.
모든 행동에 합리성을 추구하는 남자. 어릴 적의 상처로 입을 닫아버린 여자. 서로를 평생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그들은 헤어지기로 했다. “딸기 맛 아니면 안 머거.” 어느 날, 그가 혀 짧은 소리를 내뱉지만 않았더라면. ***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일곱 살 적의 기억으로 되돌아간 듯합니다.” 의약, 충격 요법, 그리고 술까지. 남편을 되돌리기 위하여 무엇이든 다 했다. 다행히 진전이 있었던 걸까? 시간이 지나자 그는 종종 진지한 눈빛을 보였다. 다 자란 성인의 지략과 총명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단, 아내가 없을 때만. “그의 기억이 돌아오면 바로 이혼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어떤 경우에도 헤어지지 않는 건 없어요.” 이별할 준비는 끝났다. 그가 원래 나이로 돌아오면,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는 거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체 언제부터일까? “샤샤, 나 엄청나게 똑똑하대. 기억을 제외하고 다른 영역에서는 일곱 살의 수준이 아니라고 했어.” “…….” “그래서 말인데, 나 이제… 샤샤와 뽀뽀 말고, 다른 것도 하고 싶어.” 매일 밤 일곱 살배기의 영혼으로 짓던 이 미소가, 더 이상 순진해 보이지 않은 것은. 일러스트: 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