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끝에 닿은 그리움, 천애지연(天涯之戀)!비선곡의 후예 은설. 하지만 어린 시절 맺어진 혼약 때문에 비선곡은 공격을 받고,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유가연이라는 이름으로 지내게 된다.한편 어린 시절, 은설의 향에 취해 그녀와 혼약을 맺은 대야성 후계자 진혁은 죽었다고 생각했던 약혼녀의 향을 다시 느끼고 혼란에 빠지는데…….“좋으냐?”진혁의 물음에 그제야 은설은 잊고 있던 감사 인사가 생각났다.“네! 정말 감사합니다! 올해도 이리 넘기나 싶었는데, 이리 꽃을 손에 들고 보니 정말 좋습니다.”“그럼, 고마움의 표시로 무얼 주려느냐?”“예?”마냥 좋아라하던 은설이 눈을 크게 뜨며 놀라 되물었다. “허면, 수고를 한 내게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을 셈이냐?”은설이 고개를 외로 꼬며 손가락으로 입술을 꾹 눌렀다.
언젠가 우연히 그대와 내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오늘의 빚에 대해 말하도록 하지. 보답으로 내가 뭘 원하는지. 하지만 하늘에 간절히 비는 것이 좋을 것이야. 날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이스타니아의 왕에게는 왕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약속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왕이 소집하면 용맹한 전사의 부족, 뮤족이 부름에 응한다는 것. 과거, 단 세 번의 부름에 응한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뮤족은 이미 두 번의 역사적 순간에 그 모습을 나타냈다.왕위에 오른 라지드는 선례를 믿고 뮤족을 소집한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뮤 족장을 대면하게 되는데…….먼저 눈을 돌린 건 라지드였다. 먼지 묻은 터번 아래 검은 장막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이 바람에 거칠게 흩날렸다. 늠름하고 당당한 그의 등을 향해 에레미아는 낮게 중얼거렸다.“릴라 차벨라.”신의 뜻대로, 신의 가호가 있길.
아주 예의바르고 똑똑하며 사려 깊은 젊은이의 모습을 겉으로 두른 채, 마음속으로는 복수의 날을 벼르는 세진. 리조트사업에 꼭 필요한 산의 주인에게 거절당하고 돌아오던 길에 올라본 그 산에서 하얀 지붕의 집을 먼발치에서 보게 되고, 그 후부터 왠지모를 답답증과 함께 계속 꾸게 되는,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 대한 안타까운 꿈. 열흘 만에 다시 오르는 그 산에는 벌써 흰 눈이 쌓여있었고, 그곳에서 어렵게 하얀 지붕의 집을 찾아낸 세진은 한 여자를 보았다. 여려보이는 체격에 허리께까지 느슨하게 땋아내린 머리, 새하얀 얼굴,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더한 무채색의 눈빛을 가진 여자. 세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윤예경이라는 그녀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 산에 조용히 전해내려오는 슬픈 이야기를. 그저, 그녀를 자신의 옆에 두고만 싶을 뿐이었다.
“힘들겠지만 참아주십시오. 끝까지 버틴다면, 당신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버티십시오. 심장이 부서지더라도 스스로를 버리지 마십시오.” 신검보(神劍堡)의 독고무기는 신부를 들여 험하게 가지고 놀다 죽이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그에 대한 흉악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혼례를 치를 수밖에 없는 무화. 가문의 뜻에 따라 무화는 종국에는 장례가 될 혼례를 치르게 되는데……. 이걸 어찌한다. 그대야 하루라도 빨리 이 몸과 헤어지고 싶을지 모르지만, 나는 고이 보내줄 마음이 없는데 말이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지만, 그대의 청정한 몸에 손을 댄 책임을 지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서로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지요. 장주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것으로 상쇄되었으니 그런 책임감 가지실 필요 없어요.” “아니, 그 책임감, 가지고 싶습니다. 반드시 가질 겁니다.” ▶ 작가 소개 김경미 2002년 『그린 핑거』로 데뷔했다. 같은 해 『카사블랑카』를 시작으로 『야래향』, 『노란 우산』, 『청애』, 『눈 노을』, 『위험한 휴가』, 『매의 검』, 『화잠』, 『어긋난 휴가』를 냈다.
<화잠> 로맨스소설 파워블로거 [루비치]님의 강력 추천 작품! 루비치님 블로그 방문하기 : http://lubichi.blog.me/ 그의 얼음 심장을 파고든 한 여인. 어릴 적 이미 문무(文武)에 모두 장원급제하고 전장에서 공까지 세워 대장군이 된 유검우. 고운 생김새와 달리 차갑고 냉정한 성격으로 유명한 그는 황태자의 명을 받고 공주의 병환을 치료할 의원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 의원이 선도(仙道)를 닦는 터라 그에 대해 아는 이가 별로 없었지만,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깊은 산자락 속에서 그 거처를 찾아낸 검우는 급박한 마음에 그곳의 결계를 억지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던 의원은 알고 보니 신비한 매력을 지닌 여인이었는데……. ▶잠깐 맛보기 검우는 양손을 앞으로 모아 포권을 하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갑작스러운 무례를 용서하시오.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소이다.” 유하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절벽 쪽을 건너다보았다. 다시 진을 설치하려면 꽤 고생을 해야 할 듯싶었다. 포권을 하고 있는 사내의 머리 위쪽을 바라보며 냉소 띤 음성을 날렸다. “남의 집 대문을 강제로 부수고 들어온 무뢰한이 용서를 운운하다니, 우습군요. 용서를 바랄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이곳의 주인을 꼭 만나야 하는 터라,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소이다.” 유하는 구구절절한 변명 대신 제 용건만 말하는 사내의 태도에 은근히 화가 났다. 물론 구차한 변명을 길게 늘어놓았다면 화 대신 짜증이 났겠지만 말이다. 보아하니 찾아온 용건을 말하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갈 자가 아니었다. “내가 이 운곡의 주인입니다. 그래, 무슨 일로 날 만나고자 하신 것입니까? 이리 남의 집 대문을 부수고 난입할 정도로 말입니다.” 검우는 이 여인의 말을 믿어야 할지 의심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태자 전하께서도 의원을 데려오라고만 하셨지, 의원에 대한 설명은 해 주지 않으셨지 않은가. 그는 기감을 펼쳐 다른 이의 기척을 살폈으나, 도화림에 다른 묘용이 있는지 도통 그 안을 살필 수 없었다. 그럼, 마을 사람들이 말하던 의원이 이 여인이란 말인가. * 이 전자책은 2008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화잠〉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풍등風燈> “걱정하지 마시오. 앞날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대 곁에는 내가 항상 함께 있을 거요. 세상의 그 무엇도 당신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내가 보호하고 지킬 것이니 불안해하지 마오.” 복숭아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도호장(桃湖莊)에서 10년째 은둔생활 중인 검우와 유하. 그림 같은 곳에서 한 쌍의 비익조처럼 서로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부부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온다. 본가의 대회합에 형주로 참석하라는 전갈을 받은 검우는 가주 자리에 미련이 없다며 거절하지만, 유하는 오래전 등선하신 스승이 꿈속에서 나타나 서둘러야 한다며 세상이 핏빛에 물든 예지몽을 꾸게 된다. 그리고 둘은 이를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길고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오?” “소첩이 어찌 가군을 믿지 못하겠습니까. 그저……. 소첩에게 약속해주시어요.” “무엇을 말이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가군의 안위를 돌보시겠다고 약조해주시어요. 소첩을 위해서라도 항시 몸을 살피겠노라 약조하시어요.”
“이렇게 간청드립니다, 대공 각하. 저를 각하의 부인으로 맞아주실 수는 없으십니까? 정부인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이디야 제국의 2황녀 세이레이아. 검은 숲의 맹약을 맺기 위해 그녀와 영혼의 쌍둥이인 이세계(異世界)의 정예연을 불러냈다.외모 빼고는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든 두 사람인데, 중원에서 거칠게 살아가던 예연이 과연 황녀의 대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세이레이아로부터 넘겨받은 기억 중 이 모멸스럽고 수치스러운 장면은 무엇이지?“대공 각하.”“이제는 이름을 불러도 되는 사이지 않습니까?”“……그게 익숙하지 않아서요.”“익숙해지도록 하십시오. 저도 마마라는 호칭 대신 세이레이아 님이라 부를 테니까요.”
<수니> 연고가 없어 누구도 돌봐줄 이 없는 병자들이 모인 행려병동 그 안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실험과 아름다운 가족애 어린 시절, 걸픽하면 쓰러져, ‘걸픽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 정희는 밤중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어두운 시골길을 달리던 도중, 쓰러진 아이를 발견한다. 새끼 고양이들이 마치 수호라도 하듯, 아이를 둘러싸고, 머리에 하얀 X자가 그려진 고양이 한 마리가 아이를 지켜선 신비한 광경. 정희네는 그렇게 아이를 구해주고, 15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다. 그 시절이 흐르는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하고, 의과대학을 졸업해 신경 정신과 전문의가 된 정희. 그녀는 아버지, 강목사가 지내는 K시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15년간 이렇다 할 왕래 없이 지냈던 아버지, 강목사와의 어색한 조우 끝에 강 목사는 정희에게 의외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수니… 그 애… 한번 볼래?” 지금껏 갈 곳 없고 연고 없는 떠도는 병자, 행려병자들을 치료해주는 행려병동에서 강목사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수니를 만나고 그를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수니는 그동안 수십년 식물인간으로 살아왔다가 기적적으로 깨어난, 병원에서 유명한 행려병자였다. 수려하고 깨끗한 얼굴, 폴로 셔츠가 잘 어울리는 청년으로 자란 그는 그러나, 식물인간 이전의 기억은 하나도 지니지 못한, 기억상실 환자이자 연고 없는 떠돌이다. 병원 밖의 길 고양이를 돌보며 모든 간호사들에게 싹싹하게 굴어 예쁨을 받는 그는, 정희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그녀에게 자신의 기억의 단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매달리기 시작하는데… . “좋아하는 꽃은 프리지아, 계절은 겨울과 봄 사이~ 아카시아 이파리로 점치는 걸 좋아하고 으음… 싫어하는 건, 생선구이. 가시 때문에.” “어떻게 그걸 다….” “목사님이 알려줬어요. 우리끼리는 선생님 이야기 많이 했거든요. 난 듣는 걸 좋아하고 목사님은 말하는 걸 좋아하니까.” 자신에게 애정을 갈구하며 잃어버렸던 가족의 끈을 이어주는 수니를, 정희는 애틋하게 여기기 시작한다. 수니와 점차 가까워지던 정희는 수니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어린 아이에게 주는 것 같은 장난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찝찝하게 느껴져 선물의 발신처를 찾는다. 그는 수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본, 수니를 식물인간에서 깨워낸 장본인, 신경과 전문의, 민도진이다. 과연 정희는 수니의 기억 찾기를 도와줄 수 있을까? 수니는 식물인간으로 있는 동안, 과연 어떤 일을 겪고, 어떤 기적으로 일어나게 된 걸까? 아니, 그것은 정말 기적이었을까? 부러진 가정을 맺어내는 단단한 인연이 만드는 기적. 행려병동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신비롭고 기묘한 미스터리 스릴러.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종심 심사작! “잃어버린 시간의 비밀을 쫓는 스토리의 치밀함에서부터 시작해 인간 존엄에 대한 궁극적 질문을 던진다” “과거를 쫓아가면서 드러나는 학대의 흔적, 거기에 덧입혀지는 사회적, 구조적 모순의 발발, 미학적 짜릿함이 폭발한다” 심사평 中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