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공개]*본 작품은 2019년 개정판입니다.1권대륙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홍국에는 예로부터 재미있는 전설 하나가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대대로 왕의 뒤를 이을 왕자만이 붉은 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었다.그런 홍국에 붉은 눈을 가진 공주가 태어났다.부모님에 의해 사내로 살아야 했던 ‘홍랑’그녀는 자신의 뒤틀어진 운명 속에서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삶을 살게 된다.평생 고통을 참고 살아온 그녀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청룡국의 황제, 진후“네가 여자이면 어떠하고, 남자로 살면 어떠하냐. 네가 홍랑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실은, 그 말이 듣고 싶었다.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그저 ‘홍랑’이라는 사람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2권“참으로 아름답소, 황후.”후가 랑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후를 만나고 평생 바라오던 그 순간이 랑의 눈앞에 펼쳐졌다. 적당히 맑은 날씨, 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대신들, 최고의 지위에 있는 여인만이 입을 수 있는 붉은 대례복 그리고 무엇보다 제 옆에서 함께 발걸음을 하는 후 어도를 걷는 랑의 붉은 입술이 올라갔다. 아마도 죽는 그 순간까지도 이 장면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랑이 살짝 고개를 들어 태황전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 점 없지만 푸르디푸른 하늘과 밝은 빛이 랑의 눈에 가득 들어왔다. 비록 붉은 눈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지금 이 순간 랑의 눈동자는 더 이상 핏빛이 아닌 보석처럼 밝게 빛났다.
신비로운 사막의 나라, 랴스만에는 서쪽 마녀의 저주에 걸린 왕자님이 산다. 온 몸이 붉은 실에 묶여 마녀의 조종대로 살아가야 하는 그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다른 이의 모습으로 바꾸는 것 밖에 없었다. 어느 누구도 풀지 못한 지독하고 끔찍한 저주에 사막의 사람들은 지쳐갔다. '저주가 걸린 모습에도 그의 속을 파악하고 그것까지 감싸줄 수 있는 사랑하는 이의 희생을 통해 저주에서 풀린다.' 마음대로 웃을 수도 없고, 머릿 속의 말 조차 할 수 없던 그는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암행을 나간 옆 제국, 청룡국의 수도에서 아주 신기한 여인을 만난다. 그는 그 여인에게서 아주 오래 전에 그가 마음에 품었던 따뜻하고 미소가 아름답던 소녀를 느꼈다.
[단독선공개]예로부터 정령을 다루는 기운을 가진 자만이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옥국.그곳에 황후를 꿈꾸던 야심 많던 후궁의 딸이 강력한 힘을 갖고 태어난다.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황궁에서 쫓겨난 황녀의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죽여서라도 널 내 옆에 둘 거야."그녀의 모든 것이 그의 것이어야만 했던, 천사의 얼굴과 악마의 속삭임을 가진 자."헛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미련을 두는 이유는 뭘까."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뼈저리게 잘 알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자."나, 아직도 네 사람이야?" 그녀에게 하나뿐인 인연이 되고 싶었던 자.여러 사람들과 얽히고 설키는 인연의 소용돌이에서 그녀의 인연은 오로지 단 하나 뿐이었다.
<대가 없는 일> “대가 없이 주어지는 건 없어.” 간신히 꿈꾼 것은 악몽이 되고, 벗어나려 디딘 발이 다른 발을 넘어뜨릴 때 꿈에서 깨어난, 넘어진 곳을 돌아본 이들이 천천히 부르는 노래 같은 고백 201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혜지의 첫 소설집 『대가 없는 일』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혜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생의 일들에 제대로 된 우선순위를 두기 위해 오래 다닌 회사를 나왔다”고 밝힌다. 10년간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그는 15초 남짓으로 흘러가던 ‘속도의 세계’에서 더 오래 바라보고 느리게 담아내는 ‘소설의 세계’로 몸을 틀었다. 느리지만 무거울 펜으로 김혜지가 처음 만든 이야기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이야기(등단작 「꽃」)였다. 작가는 세상의 ‘대세’들과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들이 지닌 삶의 처세를 익히기 힘들고, 그들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는 이들을 본다. 요령은 없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 생의 요철 앞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말문이 막혀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각자의 속도대로 성실하게 달리지만 순식간에 고꾸라지거나 자꾸만 뒤처지는 사람들의 이상하고 슬픈 걸음에 대해 쓴다. 작가가 무척이나 오래 돌본 이야기들을 읽으며 우리는 그의 눈과 손이 닿은 곳을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다. 『대가 없는 일』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을 따라 읽는 일은 고꾸라진 이의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 주고, 뒤처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