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고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나간 맞선 자리에서10년 전 나를 비참하게 만들고 떠난 첫사랑을 만났다.“전 마음에 들거든요. 한태연 씨.”그를 모르는 척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지만그 역시 나를 잊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돌연 결혼 행진곡이 멈추고 쇼팽의 왈츠 10번이 흐르기 전까진.*“불행도 내 옆에서 해. 김태연.”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차가운 눈빛,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건 너인데왜 네가 더 상처받은 얼굴인지.“……그거면 돼?”물끄러미 바라보던 은후가 픽 웃었다.“그럼. 설마 네 사랑이라도 바랄까 봐?”이 감정을 은후가 알면 얼마나 역겨울까.그가 또다시 날 경멸하는 눈으로 보는 것은 원치 않았다.“걱정하지 마. 내가 널 사랑할 일은 없을 거야.”
“서아야, 처음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 입새로 피식 바람이 빠지고, 웃음기 섞인 주원의 목소리가 흘렀다. 호텔로 들이닥친 경찰이 약혼자를 체포해 간 마당에, 위로는커녕 채주원은 저를 어린애 취급했다. “자꾸 애 취급하지 말아요.” “그럼 어른 취급해 줘요?” 서아는 입술을 짓씹었다. 무슨 각오로 왔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억울함에 고개를 들어 주원을 노려보자, 짧게 욕설을 뱉어낸 그가 제게 천천히 다가왔다. “내가 얘기했잖아, 남자는 다 개새끼라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서아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채주원의 이런 눈빛은 처음이었다. 어딘가 바뀐 분위기에 서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오빠가 나랑 자 주든가요.” 주원의 손길이 우뚝 멈추고 짙은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 “물론, 그 개새끼엔 나도 포함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