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콘텐츠입니다.* 키워드 : 판타지물, 가이드버스, 헌터물, 첫사랑, 미인공, 다정공, 대형견공, 헌신공, 귀염공, 집착공, 까칠공, 후회공, 사랑꾼공, 상처공, 연하공, 미인수, 다정수, 헌신수, 순진수, 단정수, 연상수, 상처수, 재회물, 구원, 초능력, 애절물, 수시점가람에게는 고민이 있다.새로이 배정된 파트너 에스퍼인 백우주가,자신을 너무나도 싫어한다는 것이었다.하나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거대 게이트가 출연해그의 동생이 죽어 버린 날을 기점으로백우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하고 만다.좋은 쪽으로 말이다.“잘, 나왔네요, 사진이…….”괜히 제 얼굴을 자랑하는가 하면,“제 방까지 따라오려는 건 아니죠?”혼자 있기 싫다며 가람의 방에서 자려 하고,[다른 거 또 만들어 줄게]끼니를 챙겨 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그것도 자신에게만!‘그런데 말은 왜 안 하는 거야?’마치 주인에게 맹목적인 강아지처럼애교스럽고 다정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으로,대화를 피하고 서툰 글씨로 필담을 하려는 모습들이가람을 혼란스럽게 하는데…….*백우주는 우리의 연결되어 있는 손을 흔들며 즐거워했다. 나는 내 손을 잘 가지고 노는 그에게 조심히 물었다.“괜찮, 아요?”백우주는 고개를 갸웃해 보이며 나를 빤히 응시했다. 내가 나의 오른손을 왼손으로 가리듯 붙잡자 그가 정말 싫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이상해요. 진짜. 전에 가이딩한다고 손잡았을 때는 되게 싫어했었잖아요.”그냥 싫어했던 것도 아니고 정말 끔찍하게 혐오한 수준이었다. 기운이 빠져 좀 울적하게 바라보자, 백우주는 눈을 위로 굴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파란 안색으로 변해선 가방에서 공책을 허겁지겁 꺼내는 그였다.벽에다 공책을 대고 빠르게 써서 보여 주었다. 거기엔 ‘미안해’라는 사과가 적혀 있었다. 진짜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원래도 삐뚤삐뚤한 글씨가 엄청 급해져서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휘날린 채였다.방심하다가 폭신폭신한 것에 이마를 부딪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에게 서운했던 작은 균열 같은 부분들이 모조리 녹아 사라지고 없어졌다. 귀가 추욱 떨어진 강아지 같은 얼굴 때문이 아니다.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면서 나는 목뒤를 멋쩍게 매만졌다.어쩐지 쑥스러워져서 눈치를 보는 것처럼 시선을 분산시키다가 툭 내뱉었다.“그럼, 우리 화해하는 거예요.”백우주는 무조건 그러자는 것처럼 크게 주억였다. 안색도 무척 밝아졌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고백해 버린 거 같다. 이건 다 형이 끼얹은 오메가의 몽글몽글한 페로몬 때문이었다.“너, 나, 나 좋아해?”형의 페로몬을 맡은, 알파인 그 애는 목부터 얼굴까지 새빨개졌다. 동공은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고, 가슴팍이 크게 부푸는 게 숨도 거칠었다.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건 내 페로몬이 아니라고, 나 여전히 베타라고 소리를 지르듯 해명했다.“뭐…?”그러나 그 애의 눈동자는 갈수록 더 흐릿해졌다.“좋아하는, 게… 아니라고….”“절대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그런데 뭔가 계속 반응이 이상했다. 내가 한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처럼 초점이 불분명하고,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 아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샅샅이 훑더니 입가를 달싹거렸다.차가운 인상이 창백해져선 분명 욕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욕을 하다 말고 뒤편의 학교 건물로 쌩하니 가버렸다.고백할 생각도 없었는데 이게 고백 후에 벌어질 상황이라니,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 *이라온은… 내가 쉬는 시간이나 이동할 때 스치기라도 하면 기겁하듯 몸을 뒤로 빼고 인상을 바득 썼다.그래서 수업 시간에 이라온 쪽으로 떨어진 지우개를 줍지도 못했다. 몸을 살짝 기울이자 이쪽으로 오기만 해보라는 듯 눈을 사납게 해서 너무 무서웠다.저기 덩그러니 떨어진 내 지우개를 힐끔거리며 잘못 쓴 필기를 지우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번엔 이라온의 지우개가 내 책상 옆으로 떨어졌다. 나는 누구와 달리 주워 주려고 했다.그런데 제 지우개를 내려다보는 이라온의 눈빛이 너무나 어둡고 차가웠다. 나를 번갈아 보는 눈빛도….이라온의 지우개로 손을 뻗던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이라온은 갑자기 필통에서 파란색 펜을 꺼내더니 그걸로 수학을 풀기 시작했다. 지우개를 쓸 수 없다면 아예 지울 수 없는 쪽을 택한 것이다.아무리 그래도 수학을 펜으로 풀면 어떡하냐고…. 아주 그냥 상남자가 따로 없었다.정말 내 손이 닿는 것들은 모조리 싫은가 보다 싶어 나는 좀 더 나의 투명도와 채도를 낮추고 숨만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