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고래
까만고래
평균평점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본 도서의 [11. 만약 단이 공이었다면?] [12. 또 다른 결과]는 IF외전으로서, 본편과 무관한 내용입니다※ #현대물, 학원/캠퍼스물, 소꿉친구, 친구>연인, 동거/배우자, 첫사랑, 신분차이, 미인공, 다정공, 헌신공, 복흑/계략공, 재벌공, 천재공, 냉혈공, 미인수, 다정수, 순진수, 소심수, 헌신수, 외유내강수, 단정수, 무심수, 순정수, 짝사랑수, 상처수, 굴림수, 정치/사회/재벌, 시리어스물, 피폐물, 사건물, 성장물, 애절물, 3인칭시점#주종관계 #주인님공 #흑발공 #보통냉혈하공 #수에게만다정하공 #처세술에능하공 #노예수 #금발수 #처지에불만없수 #순종적인수 서로 다른 위치에서,사랑하다여름이 소유한 다색인 단. 둘은 어릴 적부터 친구처럼 지낸다. 하지만 단을 진짜 친구로 여기는 여름과 달리 단은 여름을 친구로 삼을 수 없다. 단은 여름이 잘못해도, 자신이 도를 넘는 행동을 해도, 여름의 아버지에게 불려가 심한 벌을 받기 때문이다.단은 벌을 받는다는 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여름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그들의 관계는, 단이 벌받는 모습을 여름이 보게 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데…?![미리보기] 얕은 신음과 함께 단의 한쪽 무릎이 굽혀진다. 단은 다색인이 제 몸에 손대기 전에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단의 기대처럼 좀 더 큰 후에는 담담하게 맞을 수 있게 되었다. 단은 이제 울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단이 잘 견딜 수 있게 된 만큼, 벌은 더 가혹해졌지만 단은 그래도 꾹 잘 참았다.벽을 짚은 단이 자세를 추슬렀다. 단의 등은 이미 채찍 자국으로 어지러웠다. 회초리를 맞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게 깊은 상처. 이런 상처가 새겨진 것도 이미 수십 번이다. 언제나처럼 대수가 끝나기를 단은 가만히 기다렸다. 등이 축축해진 것이 느껴졌다. 와이셔츠 못 입을 텐데,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단은 고민하며, 문을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문을 보게 되었을까. 단은 문틈으로 보이는 여름과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답을 찾았다. 무의식중에 시선을 느낀 탓이었다.짜악!“아!”단은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필이면, 여름에게 들킨 지금! 본능적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자세히 보이지 않아도 지금 문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건 분명 여름이었다. 그 시선을 알아차린 건 단뿐만이 아니었는지, 문을 닫고 쫓아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다색인 하나가 문밖으로 나갔다. 항의하는 듯한 여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키면 안 되는 거였는데. 짜악!“…….”그 와중에도 매는 멈추지 않았다. 단은 작은 소리까지도 삼키려고 이를 악물었다. 쾅! 문을 두드리는 듯 큰 소리도 났다. 단이 움찔, 몸을 웅크렸다. 자신을 위한 반응에 내심 기뻤지만, 그런 건 죄책감에 쉽게 가려졌다. 이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제 위치였다.여름을 쫓아내는 것에 성공한 듯 곧 잠잠해졌고, 단은 정해진 대수가 끝나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여름도 단도, 그 날 밤은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주인님.”단이 여름의 가방을 건네받았다. 단은 엄격한 호칭과 존칭을 사용했다. 사실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여름의 고집은 여전해서, 둘만 있을 때는 여름아, 하고 어릴 때처럼 부르곤 했지만. 그런데 지금은 둘만 있어도 그게 힘들었다. 여름이 잔뜩 화가 나 있으니까, 단은 좀처럼 여름을 편하게 대할 수 없었다.“고마워.”여름은 유치하게 단을 못살게 굴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름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단은 뻔히 알았다. 여름의 웃음기 없는 얼굴이 그렇게 낯설 줄은 몰랐다. 항상 찬란해 보이던 여름의 까만 눈이, 이토록 차갑게 식을 줄이야. 이렇게 여름이 화내는 것은 처음이라, 단은 무서웠다. 이대로 영영 화가 나 있으면 어떡하나, 그런 막연한 걱정까지 들었다. 여름을 화나게 한 원인이 바로 자신이라 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