낌뮤
낌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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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물지 않는 순정에게

시리고 차디찬 스물의 겨울날, 첫눈처럼 반짝이는 첫사랑이 윤도에게로 내렸다. “짱친 그딴 거 말고, 그냥 뽀뽀하는 사이 하면 안 되냐.” “……어?” “나 너랑 뽀뽀하고 싶다고.” 쪽, 고작 짤막한 입맞춤 한 번에 그의 눈동자가 느른히 풀어졌다. “큰일 났다. 혀도 넣고 싶어.” 어리숙한 풋사랑의 농도는 나날이 진해졌고, 윤도는 규은과의 겨울이 그저 오래오래 녹지 않기를 바랐다. 스물둘, 그녀가 모진 말로 이별을 고하기 전까지는. 그로부터 10년 후. “잘 지냈어?” 우연히 재회한 규은의 인사 한마디에 그의 겨울이 다시 시작되었다. “무식한 새끼가 무식한 일 하면서 살고 있지, 뭐.” “…….” “문득 궁금해지네. 유식한 네가 날 안 버렸다면, 나도 유식한 일로 밥벌이했을지.” 그로 인해 그녀가 조금이나마 아팠으면, 괴로워했으면, 어그러졌으면 했다. 그 어디로도 달아나지 못하게 제 아래에 두고 있는 힘껏 짓누르고 싶었다. “우리 다시 만날까? 한번 놀아나 봤으니 다음은 덜 좆같겠지.” “…….” “부릴 대로 부리고, 빼먹을 대로 빼먹고. 또 그렇게 버려 봐. 예전처럼.” 마지막, 종결, 결말 같은 단어는 하등 쓸모없는, 도통 아물지 않는 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