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화재로 인해 가족을 전부 잃은 하얀. 성인이 되고도 끝나지 않는 불행에 한국인이 그나마 적다는 캐나다 에드먼튼으로 도망치듯 떠난다. 그렇게 타코 레스토랑의 서버로 지내고 있던 어느 날. “얀, 혹시 한국인 남자 한 명만 찾아주면 안 돼?” 동료 서버 헤일리에게 난데없이 받은 부탁 하나. 어차피 한국인과 교류 자체를 하지 않던 터라 하얀은 이를 가볍게 넘기려고 하는데, “다행이다. 네 마음에 들려고 예쁜 짓 하고 있었거든.” …헤일리가 애타게 찾는 이 남자는 왜 계속 나한테 말을 거는 거지? “너 사람 조심해. 특히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것처럼 다가오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왜, 내가 걱정돼?” “…아니.” 게다가 처음 겪는 감정이 불편해서 암만 밀어내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좁혀온다. 하얀과 정반대의 세상을 사는 제이.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 함께 보내는 시간이 차근히 늘어날수록 점점 욕심을 내는 제 모습을 깨닫지만, 결국 트라우마로 인해 관계를 냉정히 놓아버리는데… “내가 더 노력할게. 그러니까….” “다시는 보지 말자.” 하얀은 덕지덕지 달라붙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모든 걸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한다. *** 3년 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된 그의 화보를 찍게 되면서 다시 마주하게 된 둘. “주찬휘 선수님. 혹시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근데 정확하게 뭘 없던 일로 해야 하는지는 왜 빼먹어요?” “예?”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이 하루 이틀은 아니었잖아요. 그렇게 뭉뚱그리지 말고 그쪽이 한번 자세히 얘기해 봐요. 우리가 무슨 사이였는지도 같이.” 장난이라도 치는 듯한 말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싸늘히 식은 눈빛. 하얀은 한때 누구보다 잘 안다고 여겼던 찬휘의 낯설기만 한 모습에 생소한 충격을 받는다. “그럼 다른 방법이 있는데. 어때요.” “다른 방법…이요?” “나랑 붙어먹는 거지. 예전처럼.” 그리고 캐나다에서 끝낸 줄만 알았던 관계도 다시금 재개되었다. 그것도 완전히 역전된 상황에서, 마치 슛아웃(Shootout)이라도 하는 듯이. *슛아웃(Shootout) : 아이스하키에서 정규시간(3피리어드, 60분)과 연장전으로도 승부가 나지 않을 때 승패를 가르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