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지.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널 욕심내지 않는다. 이 섬이 좋았던 건 여기에 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다정했던 어린 이강후가. 어느 하나 예쁜 것 없던 나는 어디 하나 못난 데 없는 네가 좋았다. 암울한 내 세상에 찬란하고 귀한 꽃 하나를 피우게 해 준 사람. 나의 바다, 나의 하늘, 나의 태양. 넌 내 삶이고 내 전부였다. 나의 태양을 다시 만난 날,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한테 아이가 있어.”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였다.
조용한 시골 마을 한옥스테이 신선마루에 여름 손님이 찾아왔다. 맞이하는 남자에겐 아픈 재회지만 찾아온 여자의 기억엔 그가 없다. 그가 누구 때문에 미친 순정남이 되어 비를 맞고 다니는지도 모르고 여자는 마냥 해맑기만 하다. "선배님, 우리 되게 안 친한 사이였었나 봐요. 손 한번 잡아보는 것도 안 된다는 거죠?" 우리가 손만 잡았을까? 올해는 기필코 그 처절했던 사랑을 끝내주려 했건만 이 여름, 예고 없이 나타난 그녀가 말간 얼굴로 그의 마음을 헤집는다. 다시, 여름이 시작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