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는 매일 키스하는 게 아닙니까?” 부부가 아니었다. 눈앞의 사내는 아직 약혼자였다. 정확히 말하면 약혼자를 죽이고 껍데기를 뒤집어쓴 우주적 공포의 존재였다. 나는 그런 존재가 대체 왜 쓰레기 같은 전 약혼자의 모습을 고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 아….” “부인과 닿아야만 제 마력이 정화되니까요.” 어느새 다가온 입술을 피할 수가 없었다. 정화가 필요할 리 없었건만. 그는 키스가 끝난 뒤 입술을 다정하게 닦아주는 버릇이 있었다. “부인 덕분에 마력이 정화되는 게 느껴집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F급이었으니까. “부인, 앞으로 우린 영원히 함께하는 겁니다.” 그의 눈에 선득한 안광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 만약에 제가 사고로 죽는다면요? 자다가 죽을 수도 있고요…! 심장마비라든가…!” “그럼 다시 살려야죠. 부인께선 죽어도 저를 떠나실 수 없습니다. 영원히요.” “네?”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새끼손가락 걸고요.” 그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