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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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마녀로 환생한 이유

얘가 왜 여기 있지? 자그마한 2층 건물 앞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본 린제이의 눈가가 떨렸다. 저 남자가 있어야 할 곳은 그녀의 집 앞이 아니라, 수도의 어느 골목길이어야 했다. 앞다리를 모으고 궁둥이를 쭉 빼 기지개를 켠 검은 고양이가 야옹거렸다. [갑자기 쓰러졌다옹.] “왜 여기서……?” [내가 어찌 아나옹? 빨리 밥이나 달라옹.] 아오, 고양이도 아닌 게 자꾸 냐옹체 쓰네! “집 똑바로 안 지키지?” [엄밀히 따지면 저긴 집 앞이다옹.] 아주 말 한마디를 안 져. 린제이가 고양이의 탈을 쓴 악마를 한 번 째려보고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다.  [마력 폭주라옹. 치료해 줄 거냐옹?] “그래야지. 죽게 둘 수는 없잖아.” 그녀의 추측이 맞다면 눈앞의 남자는 소설의 주요 인물이다. * * * “이거 놓고 당장 내 집에서 나가!” “당신이죠?” “아, 왜 이렇게 질겨.” “오염된 마력을 해결해 준 사람. 아니…… 마녀라고 해야 하나요?” 다리에 달라붙은 얼굴을 떼어 내던 린제이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 틈을 타 남자는 린제이의 손을 잡아 끌어내리고 시선을 맞췄다. 크게 확장된 연두색 망막에 초승달처럼 휜 라벤더색 눈이 가득 담겼다. “반가워요. 마녀님.” “아니……. 마녀가 뭔데…….” 리오넬은 린제이의 웅얼거림을 무시했다. “리오넬 벨몬스체예요. 마녀님, 부디 이름으로 불러 주세요.” “나 마녀 아닌데…….” [애송이는 이미 정체를 확신했는데, 멍청하기 그지없구나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