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 작가 오홍슬과 검사 강선협.삶의 온도가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이 제대로 얽혔다.“저… 검사님 인터뷰하고 싶어요!”소설을 위한 취재와 사건의 목격 진술.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는, 필요에 의한 관계.분명 처음에는 딱 그 정도였는데…….“오홍슬 씨. 진짜 이상한 사람인 거 알아요?”“네?”“한번 같이 지내 봅시다.”사는 내내 투쟁기만 겪고 있는 홍슬의 삶으로권태기만 겪고 있던 선협이 훅 들어왔다.“…좋아한다면서요, 나.”당황할 새도 없이 탁한 숨이 먼저 터졌다.도무지 외면하기 어려운, 선명한 감정이었다.* *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손은 이렇게 생겼구나.”평소에도 그다지 고저가 없는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낮게만 들렸다.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키고 선협을 보고만 있자, 그가 손등 위로 입술을 내렸다.
26살, 먹고 살기 바빠 꿈은 포기한 채 삶을 소화하느라 밤낮없는 아르바이트는 물론 성적 유지를 위한 공부까지 해내던 중, 한 여자를 만났다. “근데 기회 두 번은 안 줘, 난.” “…….” “그러니까.” “하아…….” “지금 여기서 생각을 잘하는 게 좋겠지?” 돈 몇 푼으로 온 세상 위에 군림한 듯 구는 여자에게 복종하고 싶다가도, 또 그녀의 권력에 도전해 기어코 제 앞에 굴복시키고 싶기도 했다. 굉장히 모순적인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충돌해댔다. *** “야! 거기 안 서?” “…….” “도토리! 너 진짜 계속 이렇게 나올래?!” 부족함이라곤 사전에서나 보았을 법한 여자가 도무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세요, 제발.” 무엇이든 저보다 능숙한 여자였다. 경험도 능력도 배경도 무엇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게 없다. 벌어진 격차가 너무 아득해서 따라잡을 용기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당신이 살아온 시간을 따라잡기엔 나는 너무 어리니까. 나 정말로 도토리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