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 일을 하는 소민에게는 차마 꺼내 볼 엄두조차 못 내는 과거가 있다. 어느 날, 그런 소민의 앞에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소민.” 소민이 맡은 일의 의뢰인으로 나타난 동창생 한지운. “전부 그대로네. 꿈꾸는 줄 알았어. 너무 그대로라. 살아온 얘기 좀 해 봐.” “애가 아빠만 기다려. 모처럼 일찍 끝났는데 가 봐야지.” 더는 지운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소민은 냉담하게 굴지만, 아들인 진구를 방패로 써도 자꾸만 선을 넘어오는 지운을 막지 못한다. “진구는 좋겠다.” “어?” “나는 별짓을 다 해도 한 번을 안 웃어 주는데 쟤는 잠만 자도 니가 웃어 주잖아.” 소민은 그때 그 동창생 지운과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 볼 수 있을까. *** -나는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랑 키스하지도, 자지도 않아. “…….” -단지 친해지고 싶단 이유로 반지를 주지도 않고. “…….” -비참하게 돌려받고 나서도, 수년이 지나도록 계속 끼고 다니지도 않아. 단지 친해지고 싶은 게 전부였다면 말이야.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올리던 심장이 이제 아파 오려 했다. 왠지 이 얘기를 다 듣고 나면 난 죽어 있을 것만 같을 정도로. -알잖아. 그 반지. “…….” -내가 너 좋아한다고. 그때도,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