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다온
황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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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여자를 처음 만난 건,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진을 찾기 위해 본가에 갔던 날이었다.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복형의 약혼녀이자 예비 형수.  치헌은 먼지 구덩이나 다름 없는 제 방을 찾아온 해수를 보며 그녀가 넓은 집안에서 길을 잃은 것이라 여겼다.  “화장실을 찾는 거면 방을 잘못…….” “나랑 자요.” “지금 뭐라고…….” “나랑 자자고 했어요.” “…….” “도련님.” 말간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를 뱉어내는 미친 여자. 그것이 해수를 처음 마주한 치헌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 * * “여전히 나를 동정해요?” 물먹은 듯한 회색빛 눈동자가 치헌을 오롯하게 담아냈다.  치헌은 그런 여자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제 머릿속을 뒤흔든 눈앞의 여자에게 자신은 이미 완벽히 빠져들었음을, 그래서 그 끝이 나락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음을. “아니.” “…….”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