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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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숨긴 채 결혼했다

“재벌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경멸 가득한 남자의 시선에도 혜서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용건은 끝났나?” “제 결혼 제안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어요.” 모래를 삼킨 듯 입안이 까끌까끌하다. 태연한 척했지만 수치심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그럼에도 자신에게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존재가 있다. “다시 한번 묻지. 정말 내가 내거는 조건을 이행할 수 있어?” “뭐든 한다고 이미 말했어요.” 단호한 말과 함께 혜서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숨을 몰아쉬었다. 지는 기분이었지만, 남자에게서 나는 남성적인 향취가 기억을 불러일으켜 괴로웠다. “이건… 그냥 계약일 뿐이에요.” “일 년만 유효한 계약이지.” “…….” “당신 딸의 치료가 안정될 때까지만 말이야.” “그래요. …네?” 그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나왔다.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혜서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절대 그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자신과 그 사이 딸의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