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 어둠이 부인을 찾아오지 않게 내 이대로 지킬 테니…….”유일한 가족인 오라버니의 죽음 후 악왕부의 청혼서를 받은 소해. 악왕이 전장을 누비는 동안 그녀는 악왕부에 갇혀 천천히 질식해가고 있었다. 악왕, 윤의 귀환이 다가오자 악왕부는 술렁이기 시작하고, 소해는 원치 않는 선택 아래 놓이는데…….윤은 그 생각을 비웃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소해가 무한한 호의를 오로지 저에게만 보여주는 것 같아 심장이 뛰었다.“내가 이래서 그대를 좋아합니다.”갑작스러운 고백이었다. 이 냉랭한 한기가 흐르는 한가운데서 오로지 눈에 불을 담고 있는 윤만이 뜨거웠다.“좋아합니다.”대답을 바라는 말은 아니었다.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진중하게 타오르는 새까만 눈동자에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검은 구렁텅이. 저승의 끝이라는 밤의 나락, 그 정처 없는 곳으로 이미 발을 내딛어버렸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클린버전입니다.
“그대는 간절한 게 없어. 그렇지요, 공주?”“……간절하게 만드는 게 없으니까요.”왕으로 인해 어미와 아비 모두를 빼앗기고, 제 자신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했던 그날. 야만족이 천서국으로 들이닥쳐 모든 것을 장악해버렸다.불처럼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홍오의 왕 샤.절체절명의 순간 제 앞에 나타난 그는, 서해에게 있어서 신과도 같았다.“부친은 전쟁터에서 죽고, 모친은 왕의 여자로 생을 마감하고, 불쌍한 그대를 양부가 탐하려는데, 그런데도 신을 믿습니까?”“……바로 이곳에서 피접 가신 왕께서 저를 안으려 했어요. 신 같은 건 없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그런데?”“성문이 열리고 궁이 장악됐다는 말에 서둘러 피난길에 올라야 했죠. 그때 하늘신께서 저를 굽어살피신다 여겼어요.”“그렇다면 공주께 신은 하늘신이 아니라, 내가 아닙니까.”#본 작품은 15세 관람가로 편집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