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던 정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겨울날, 처음 본 아이를 구하려다 트럭에 치여 사망한다. 정오가 다시 눈을 뜬 곳은 현대의 한국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포르메네 왕국’. 왕국민들은 어리둥절한 그를 대뜸 성인(聖人)취급한다. “벼락을 맞더니 머리가 고장이라도 난 건가?” “벼락을 맞아요? 제가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군.” 포르메네 왕국의 공작이자 발루아의 영주인 카이단과의 대화로, 자신이 발루아 보육원 원장 ‘미셸’의 몸에서 깨어났음을 알게 된 정오. 낯선 상황에 적응할 새도 없이 카이단과 이해관계로 엮이고, 보육원 아이들의 겁먹은 시선을 마주하며 깨닫게 된다. 자신이 빙의한 몸 주인, 미셸은 인기 웹툰 <마물 기사님> 속 악역이었다는 것을. *** 만약 내게 주어진 이 두 번째 삶에 이유가 있는 거라면……. 정오, 아니 미셸은 갖가지 채찍이 꽂혀 있는 원통 거치대를 통째로 잡아 들었다. 미련 없이 벽난로 안으로 거치대를 던지자 불꽃이 몸집을 키우며 제 입안으로 들어온 끔찍한 물건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미셸은 타들어 가는 채찍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더 이상 이 보육원에 학대는 없어. 가죽 타는 냄새가 지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