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님프에 빙의해 버렸다. 아름답고 신비한 요정이지만 신들의 동네북인 그런 존재. “아버지께서 어렵게 살려 낸 신성이니 잘 기르도록 하라.” “……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난데없이 아이까지 떠맡게 되는데. “저 그러면 여신께서는-.” “어우, 알면 큰일 나지.” 문제는 이 아이의 정체가 제우스의 사생아이자 술과 쾌락의 신 디오니소스라는 것. 심지어 그는 헤라의 저주로 말미암아 ‘광기의 신’으로 거듭날 운명이었다. ……네가 또라이로 자라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나는 살고자 그를 열심히 돌봐주었다. 정성껏. “당신은 니사에서 자란 자, 니세우스예요.” 죽은 어미를 대신해서 이름을 지어 주고, “여인의 옷을 입으세요. 그리고 수줍은 소녀의 행실을 흉내 내세요.” 그에게 저주를 내리고 싶어 안달인 헤라의 눈을 피하고자 여장을 시켰다. “친구를 때리면 안 돼요!” 거기다 훗날을 위해 인성 교육도 잊지 않았는데……. “이 포도주를 다 마시면 제 아내가 되는 거예요, 에우도라.” 나를 바라보는 자줏빛 눈동자가 수상하리만치 그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