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도 재력도 모두 갖춘 남자, 지강철. 그 탓에 강철의 흥미는 길게 가지 않았다. 이지안이 나타나기 전까진. 첫 만남은 그 소유의 빌딩 옆 좁은 골목이었다. 거대한 가방을 메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제 앞을 걷다가, 동그란 벌레를 쫓아 뛰던 그녀였다. 이내 날아간 그것이 아쉬워 아래로 휘어진 입꼬리가 강철의 머릿속에 콕 박혔다. 그날부터 이상할 정도로 그녀와 동선이 겹쳤다. 역시 빌딩 엘리베이터에서 다섯 번 정도, 1층 편의점에서는 세 번. “이걸 왜 세고 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데 여전히 그의 시선은 여자를 향했다. 강철은 여자의 이름이라도 알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매력적인 남자의 연애 기술. - 자주 마주쳐라. 마주침이 잦아질수록 상대는 어느 순간 당신을 인식할 것이고,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벌써 한 달이 지나도록 여자는 강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정장도, 편안함을 드러내는 캐주얼한 의상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 완전히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가 택한 방식은 화려하고도 효과적이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죠. 지강철입니다.” “……이지안입니다.” 여자의 시선이 비로소 제게 닿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