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
요조
평균평점 3.50
그녀, H
3.5 (3)

- 그 남자가 말했다.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여자랑 결혼이라는 걸 하겠구나, 했어요.”숙취로 누워 엄마 이모 동생을 차례로 부르며 나 물 좀 가져다 달라고 외치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집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고음질의 음악과 낯선 사람들의 말소리, 그리고 후각을 자극하는 향긋한 커피 향…….미모로 소문이 자자한 이모의 카페였다.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일어나 주방을 향해 달렸다. 카페 소파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던 사람이 나라고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거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카운터로 나갔는데, 단 5분도 지나지 않아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 남자가 있었다.“여기가 잠이 잘 오나 봐요?”“네?”“꽤 잘 주무시더라고요.”피식, 소리와 함께 남자의 입술 끝이 스윽 올라갔다 내려왔다. 처음 보는 이 남자가 방금 나를 비웃었다. 심지어 남자는 더럽게 섹시하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싱긋, 눈웃음을 지으며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세상은 내가 제일 만만한가 보다. 어제는 6년의 짝사랑을 끝내더니 오늘은 개망신을 아침부터 선물했다. - 그렇게 퇴사, 실연, 흑역사 생성까지 겹친 그날. 최악의 순간.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그림자 아내

내 공간에 그녀가 함께 있다

뻔뻔

괴로운 과거를 잊고자 새집으로 이사한 이건우. 넓은 마당에 한적한 분위기까지 전부 마음에 들었지만 미묘하게 거슬리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옆집 마당의 텐트.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여자. ‘웬 텐트? 이 쌀쌀한 날씨에 왜 좋은 집 놔두고?’ 다음 날, 담 너머로 그녀의 시선을 느낀 그는 낯선 이웃의 관심이 영 달갑지 않아 냉큼 쏘아붙였다. “왜 남의 집을 훔쳐보고 있습니까?” “구경 좀 하면 안 돼요?” “된다고 하면 다음엔 아주 넘어오겠습니다?” “와, 넘어가도 돼요?” 아니, 뭐 이런 여자가. 왠지 그녀가 마음에 안 드는 그. 그에게 말을 건 목적이 있었던 그녀. 뻔뻔한 그녀와 엮일수록 건우는 점점 더 그녀에게 휘둘리고 마는데…….

우아한 그들

사라진 이유 같은 건 이제 알고 싶지 않다.말해 주지 않겠다니 굳이 묻고 싶지 않아졌다.그저 뻔한 추억이나 떠올리자고 그토록 찾았던 게 아니니까.떠난 이유를 몰라 놓을 수 없었다고 한 건 변명이었다.어떻게든 10년의 기다림을 정당화하기 위한 궤변이었을 뿐.너에겐 흐려졌을지 모르나내게는 언제나 현실이었던, 그 시간들.그러나 죽어도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둘 수는...

놈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문태주에게 이해서는,같은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드는,목숨처럼 지켜 줘야 할 아이였다.그리고…….“봄바람 같아, 해서는.”3월이면 언제 불어오나 목을 빼고 기다리게 만들고,5월이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까 봐시간이 더디게 갔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봄바람.따뜻하고 따뜻해서 놓치기 싫...

스페셜 (special)

돌발상황 발생: 비척대며 퇴근한 부사장 태한이 욕실에서 쿵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언제나 침착한 공 비서의 선택: 119에 전화 뒤 커다란 타월을 던져 반나신을 덮어준다.“너무 야하신 것 같습니다.”“뭐?”“바지 버클은 제가 잠가드리겠습니다.”놀란 태한이 서윤의 손을 잡았지만 다리 통증에 미처...

바로, 낙원

<강추!>삶 자체를 어머니의 통제로 살아온 지안은 결혼만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결혼마저 여의치 못해 신혼여행길에 버림받았다. 공항에서 무작정 떠난 길, 제주도. 숨어버릴 곳이 필요했던 지안은 제주도 겨울바다 앞에서 운명처럼 그 남자 윤강현을 만나게 되는데…….“당신이 있으면,...

……ING

“남자친구 있어요?”“아니요.”“그럼 나랑 사귈래요?”“왜요?”“내가 그쪽한테 반했거든요.”스무 살의 서정원과 민혜우.운명처럼 첫눈에 반했고, 뜨겁게 사랑했다.그래서 결혼했지만, 끝내 이혼하고 말았다.“다시 시작하자고 온 거 아니야. 처음부...

뻔뻔 외전

“집에 가는 중이에요. 늦어요?” 하라와 건우는 여전히 한집에서, 그러나 아래 위층을 쓰며 동거 중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를 건전하게 유지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집밥 먹고 싶어졌어요.” - 뭐 할 건데? “된장찌개랑 가지볶음. 되게 먹고 싶죠?” - 일찍 갈게. 마치 동화 속 해피엔딩처럼 ‘그렇게 그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에 어울리는 매일이 이어졌다. 그러나 자고로 평화란 늘 깨어지고 마는 법. 화창한 초가을의 어느 날, 한 남자가 하라에게 다가와 스마트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윤이겸이라고 합니다. 그쪽한테 반했어요.” 불쑥. 이 낯선 남자의 등장으로 한동안 조용했던 건우의 비상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게 되는데…….

낭만 연애

부푼 기대를 안고 나간 맞선.가자미눈으로 그와 대화한 지 어언 30분.“말했잖아요, 낭만적인 연애가 하고 싶다고.”“……음, 무슨 뜻인지 이해는 했습니다.”“어떻게 이해하셨는데요?”“형식적이고 비운명적인 이 만남을 운명으로 만들자는 거 아닙니까?”딱딱하다, 딱딱해.잘생긴 얼굴에 어쩌면 이리도 건조할까.기대는 빗나갔지만 무언가가 계속 꿈틀거린다.차갑고, 건조하고, 재미없고, 거만한 이 남자를어떻게든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남자로 바꾸고야 말겠다는 오기가.그래서 눈을 빛내며 말했다.“우리, 연애부터 하죠?”낭만 연애를 꿈꾸는 내가,非낭만 연애를 추구하는 서정우 씨에게.맞선 자리에서 던진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요조' 로맨스 장편소설 <낭만 연애>

떨리게 연애

명원그룹의 외동딸, 이지유.그녀는 서진후라는 남자와 맞선을 보고, 쾌속으로 결혼까지 결정해 버렸다.그가 가진 조건이 지유에게는 꼭 필요했으니까.그런데 그와 만날수록 점점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무뚝뚝한 주제에 제 것에게만 친절한 이기적인 남자인데.“지금 이거 유혹하는 거예요?”“참고 있는 겁니다. 비즈니스라고 말한 건 이지유 씨니까.”“넘어올 마음은 있었어요?”정략결혼이라고 선을 그은 건 자신인데 지유는 자꾸 착각을 한다.“네. 넘어갈 마음, 있습니다.”자신도 저 남자의 것이라고.

야릇한, 여름

"우리 다섯 번만 만나 봅시다. 그리고 좋으면 사귀는 겁니다."서이재는 진서준 셰프의 말에 순간적으로 호흡이 멈춘 듯했다.단지 인터뷰와 인터뷰이로 만났던 것뿐인데,어째서 이렇게 소름이 돋을 만큼 매료돼 버린 것일까."지금 하고 있는 터치 좀 위험했어요.""위험한 거 계속하려는 거죠?""아마도."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들었다.강렬하게, 깊게, 애틋하게.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할 일만 남은 줄 알았다.과거의 끔찍한 파편이 떠오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