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지
아유지
평균평점
남을 구하려다 나를 구한 연애

삼청동 술집의 불빛들도 하나둘씩 꺼져갔다. 그는 갈지자로 비틀거리며 내 앞을 질러갔다. “저기. 그러다 넘어지겠어요. 운동화 끈이 다 풀렸어요.” 그가 대수롭지 않게 무심하게 나를 한번 보더니 이번엔 내 옆으로 다가와 발걸음을 맞췄다. 그때 운동화 끈에 비틀거리는 그가 결국 삼청동 좁은 골목 담벼락에 기댔다. 나는 그에게 시선을 멈췄다. “운동화 끈 내가 묶어줄게요. 담벼락에 기대 서봐요.” 그가 말없이 멈춰서 담벼락에 비틀거리던 몸을 기대자. 나는 그 어둡고 더러운 골목 위에 무릎을 구부려 그의 운동화 끈 두 줄을 정성스럽게 묶어주었다. 새벽 두 시. 몽롱해서였을까? 평소 꿈속에서 계속 한 장소가 나오는데. 그 신이 데자뷔처럼 너무나 일치했던 그 순간. 나의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다. 분명히. 삼청동 골목 그와의 밤거리에 서서 난 그의 눈과 그 뒤로 보이는 좁은 골목길 앞을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다. 나의 꿈속에 계속 찾아오던 그 공간 속의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