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엘리자가 돌아왔다.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녀가 돌아온 이유는 오직 하나, 복수.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새로운 신분으로 복수만을 위해 달려가지만, 왜 이리 방해하는 것들이 많은지. “제가 후계자가 된다면, 그래서 후에 가문을 이어받는다면, 가문은 대대손손 번성할 것입니다.” 시기에 눈이 멀어 저를 죽인 오라비, 그리고 후계를 위해 그저 묵인하는 비겁한 아버지 이외르 후작. 저를 두려워하는 후작 앞에 선 엘리자는 필연이라는 듯, 담담히 선언했다. “지금보다 더요. 황제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공작위를 받을 것이고, 영지 또한 번영할 것입니다. 혹은 번쩍이는 왕관을 차지할 수도 있겠죠.” 내민 손을 잡지 않았으니, 그녀는 그저 결말을 정할 뿐. “넌 네 맘대로 못 죽어. 네 목숨은 내 손 안에 있지. 내가 장담하는데, 넌 결국 나를 찾게 될 거야.” 복수 하나만을 위해 돌아와, 복수 하나만을 위해 나아가는 엘리자. 하지만, “저는 당신밖에 믿을 이가 없습니다. 당신이 아닌 모든 이를, 모든 것을 믿지 못합니다.” “나는 무서워. 네가 나한테 어떤 의미가 될지, 너로 인해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믿는 이 하나 없는 남자가 유일하게 믿는 여자. 두려울 것 하나 없는 여자를 유일하게 두렵게 하는 남자. 복수의 길에 제멋대로 끼어든 하나의 존재가 연신 엘리자를 흔들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