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 안 들려? 한 번만 빌려 달라는 건데 왜 이렇게 이야기를 오래 끌어.” 어쩌면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거짓일지도 모른다. 언니는 언제나 내 것을 빼앗았으니까. 그럼에도 혈육이란 이유로 사랑했다. “사랑해, 애나벨.” 하지만 그런 나에게 돌아온 것은, 언니와 남편의 바람 사실. 과로하던 나는 충격에 각혈을 하고 죽었다. “아델린 로데스 양 입장하십니다!” 근데 기적처럼 회귀했다. 그제야 보이는 언니의 열등감과 증오. 이전에는 몰랐던 귀족들의 허영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속 응어리도 해결하고 귀족들의 위선도 폭로할 겸, 그림 실력을 살려 ‘라 벨 페르소네’라는 신문사의 삽화 화가가 되었는데……. “이미 내 평판은 다 망쳐 놓고 이제 와서?” 하필 사교계의 방탕아 세드릭 바이렌델 공작에게 잘못 걸려 버렸다. * * * “앞으로 이런 일은 만들지 않겠다 약속하겠습니다.” 그에게 받는 따뜻한 포옹. “힘든 일이 있었다는 걸 왜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말해요. 내 실수인데.” 그의 눈이 보고 싶다는 충동에 고개를 들었고, 그렇게 마주친 건. 나로 가득한 그의 푸른 눈동자. 살고 싶어 내걸었던 계약연애였는데. 나, 이 남자 정말 좋아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