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사랑했으나 미련 없이 저를 버렸던 여자, 한은설. 뻔뻔하게도 그녀가 5년 만에 나타났다. 연인이 아닌, 비서라는 이름을 달고. <선배도, 망한 우리 집도, 돈이 중요한 나도, 다 지긋지긋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은설을 곁에 두어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 자신했으나, 오만이었다. 그녀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생각이 길어졌다. “넌 대체 나랑 뭘 하고 싶은 건데.” “안아 줘. 선배…… 나한테 흔들리잖아.” 조금만 움직여도 입술이 닿을 거리에서 이현이 멈췄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봤다. “지금이 봐줄 수 있는 마지막이야, 한은설.” 여전히 한은설은 자신의 심장을 가장 먼저 자극하는 이름이었다. 이현에게 은설은 위험했다. “물러설 생각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선배나 멈추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