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호정
채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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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동 정심프라자

퇴락한 정심프라자의 구석진 사채 사무실. 곤궁한 하루를 견디는 이서 앞에 햇살 같은 미소를 지닌 남자가 손을 내민다. “이 예쁜이는 뭔데 여기 숨어 울고 있을까?” 환한 웃음 아래 냉막한 얼굴을 감춘, 알면서도 못 본 체해 주지 않는 차해준이. “돈 대신 받을 게 있는지 보자고, 안이서한테.” “드릴 거 없어요, 저는.” 허락한 적도, 기대한 적도 없는 다정이 그늘처럼 고여 있던 이서의 삶을 흔들고 뒤집어 기어이 희망이라는 독을 심어 버린다. “저한테… 잘해 주지 마세요.” “그러면.” 물러날 새도 없이 다가와 상처에 입 맞춘 남자가 아프게 물었다. “이제부터 못되게 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