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연 네가, 날 버리고 떠났잖아.” 위태로운 처지의 블랙요원 주시연. 병원 후계자이자 외과의인 서이겸. 둘 사이의 하룻밤은 서로에게 마지막 기억으로 남아야 했다. 하지만 4년 후, 시연은 두 번 다시 마주치지 않을 줄 알았던 서이겸과 재회하고 마는데. “그때 당신이 내게 말한 것 중에 사실인 게 있긴 했습니까?” 저를 잊었을 줄 알았는데 서이겸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시연에게 다정했던 눈빛은 집요한 애증으로 변했고, 붙잡힌 손목 위로 과거의 열기가 되살아났다. 반듯한 그의 이마가 저로 인해 구겨지는 모습이 못내 좋다고 하면 기만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모르는 척하고 싶으면 해. 어차피 다시는 놓아줄 생각 없으니까.” 무언가 꾹꾹 눌러 담은 애처로운 목소리에 망설임은 흐릿해지고, 마음은 또다시 궤도를 벗어나 멋대로 그에게 흘러간다. 그의 품에 자신을 내던지던 그날, 그 밤처럼. 속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