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그 할망구 집으로 튀어가! 거기 답이 있어! 거기에 네년이 모셔야 하는 나무도, 귀인도… 어라? 가만 보자…… 지금 보니 거기, 악연도 있네?’ 보이지 말아야 할 존재들을 몇 번이나 마주한 끝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가 들은 말이었다. “뭡니까?”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건, 이제 막 화보를 찢고 나온 듯한 미형의 남자였는데. “그쪽이야말로 누구시죠? 어떻게 여기 계시는 건가요?” “내가 뭐든, 남의 집 대문 함부로 따고 들어온 좀도둑보단 나을 것 같은데.” “좀… 도둑이요? 이것 보세요 선생님. 저는 좀도둑이 아니라.” “아니면 뭐, 지망생?” 잠깐의 대화조차 일반적이지 않은 남자는 사회 부적응자가 분명했다. 하지만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느껴지지 않으세요? 지금 선생님 어깨 위에 웬 여자가 울고 있어요. 짚이는 일 없으세요? 그거, 제가 퇴치해 드릴게요.” 물론 이 새빨간 거짓말로 인해 벌어질 일들은 생각지 못한 채였다. *** “내… 내 거… 내 거야…….” “이거 완전 맛탱이가 갔네.” 어떻게든 버티려는 꼴이 우스워 판을 깔아 줬건만, 색귀 하나를 접신해서는 벌이는 짓거리에 헛웃음이 터졌다. “후… 꼬마야, 어디서 이렇게 퇴마하래.” 아롱거리는 불빛 너머로 하얀 얼굴이 보였다. 감히 염장을 질러 놓고 안온해 보이는 표정에 천불이 일었다. “남의 몸에 불 질러 놓고 지금, 잠이 오지?” 수백 년의 침묵을 깬 톱니바퀴가 요란한 궤적을 그리며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