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그런 말을 자주 하셨어요, 인연은 찾아내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거라고.” “우리 엄마도 그런 얘기를 더러 하기는 했어요. 인연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그쪽에서 찾아와야 하는 거라고.” “괘종시계 소리를 같이 듣는 사람이 네 인연인 거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연인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살게 된대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돌아보면 이선의 20대는, 그저 무난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간당간당한 성적으로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에 입학해, 간당간당하게 졸업을 하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중견 기업에 입사해 간당간당하게 자리를 지켜온 이선은, 그래서 무난하고 무던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식음을 전폐할 만큼 뜨거운 사랑도, 이별도 한 적 없는 이선이었지만, 그녀에게도 내심 바라는 건 있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막연하고 희박한 기대 말이다. 그래서 선배의 부탁으로 억지로 나가게 된 소개팅에서 만난 은결은, 두 번 다시 볼 ‘인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히 여러 번 은결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는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원히 사랑하기를 바라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채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건 아니다. 이런 이들도 있고, 저런 이들도 있는 것뿐이다. 그러기에 그들 모두의 사랑은 그저 보통의 사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