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사라진 오라버니를 대신해 남장하고 등청하게 생겼다. 그것도 새로 부임하는 신관 사또의 수족이 되어야 하는 이방으로. 그런데 이 사내, 보통 까탈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 음란한 눈 좀 집어치우거라, 쯧.” “제가 언제……!” “이렇게 낯까지 붉혀 놓고서 잡아뗄 작정이렸다. 왜, 이참에 한번 보여 주랴?” 뭐, 뭘 보여 줘……? “잠시, 잠시만요!” 제멋대로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고선 되레 큰소리치질 않나. “그 도적놈들이 부잣집만 골라서 턴다고 하니, 당분간 밤중 대갓집 근처 치안은 나와 이방이 도맡아서 하겠다.” 저 맘대로 야간 순찰을 결정하질 않나. 아아, 하루 속히 본래의 삶으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오라버니는 돌아올 생각을 않고, 남장한 나를 보는 사또의 눈빛은 점점 요상해져 간다. “그래, 그럼 그 요사스러운 술까지 이리 가지고 왔으니, 성의를 봐서라도 한번 맛을 보아야겠지.” “오늘 밤 내 수청은 네놈이 들어야겠다, 이 말이다.” 나, 이러다가 시집은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