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휘영
룬휘영
평균평점
옳지, 잘했어, 먹어

품에 폭 감기던 그녀가 8년만에 나타나 말했다.“개. 그래, 넌 개야.”개.짧은 단어가 머리에 박혔다.사고가 정지한 것만 같았다.“걱정마. 나는 괴롭히기보다는 돌보는 걸 더 좋아하니까.”그녀의 얼굴에 환희가 들어찼다.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주인님?그래. 주인님.눈앞에는 주인님만 있다. 귀엽고 수줍던 서우재의 첫사랑, 강해수는 사라지고.“꿇어.”단호한 음성과 함께 작고 가느다란 다리가 무릎 사이로 옮겨갔다.‘나, 지금 무릎 꿇고 뭐하고 있는 거지……?’하지만, 그의 입 밖으로 나온 건 가느다란 신음뿐이었다.※ 해당 작품에는 D&S적인 요소(주종관계)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을 가린 바다

오빠 이현을 짊어지고 살던 이수는 위태로워 보이는 남자, 혁과 만난다. 점점 혁과 공감하고 가까워져 가지만 그를 향한 짝사랑과 자신에게 매달리는 이현으로 인해 괴로움만 더해져 가는데.... “좋아해요.” 발끝에서부터 차올라온 마음이 흘러나와 언어가 되어 생기를 더해갔다. “당신한테 빠졌어요.” 마음을 제동하는 모든 것을 무시하게 할 정도로 목구멍까지 차오른 강렬한 진심이었다. “숨 막혀서 죽을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꾹꾹 참고 있던 감정이 새어 나와 결국 눈물이 주르륵 볼을 타고 흐른다. “……살려주세요.” <눈을 가린 바다>

기억의 재구성(개정판)

그의 눈빛은 뜨거웠다. 화가 난 건지, 상처받은 건지 모를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사자를 마주한 토끼처럼 몸이 움츠러들었다. 입을 꾹 다물고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자,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가 갑자기 핸들을 꺾었다.“남편이야.”“네?”“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당신 남편이라고.”“어, 그…….”“혼란스러운 건 알겠지만 착각하지 마. 내가 임지수 가족이야. 당신 부모님이 아니라.”“…….”“넌 내 거고, 난 네 거야.”이 달콤한 대사가 이토록 위협적이고 무서울 수도 있구나. 신기한 건 협박과도 같은 말을 전하는 목소리나 표정에서 왜인지 모를 애절함이 느껴졌다.** 본 도서는 19세 작품의 15세 개정판입니다.

신혼을 맛보실래요?

[15세 개정판]첫 만남부터 결혼까지, 늘 다정하고 상냥하기만 하던 남자.그랬던 그가 달라졌다?한없이 자상하고 자상한 남자의 야수 같은 본능과 함께하는연애보다 달달한 신혼 이야기

개와 늑대에 대하여

평소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대답 재촉하는 남자가 누구든 원나잇 같은 건 취미에 없었다.“늦었는데, 같이 나갈까요?”그런데 답변을 기다리는 초조함이 마음에 든다. 날라리 같은 얼굴은 여유로운 척 웃고 있는데 눈은 순진할 정도로 긴장하며 답을 기다린다. 그 의외성이 달아오른 술기운에 괜한 충동질을 더했다.하루 정돈데, 뭐 어때.“그래. 가자.”그냥 궁금증이 일었다. 나에게 말을 건 연하의 남자애가 순진한 개인지, 아니면 응큼한 늑대인지 확인하고 싶어서.“누나가 너무 예쁜 소리를 내서 못 참겠어요.”불타는 금요일이 가져온 뜨거운 기억은 그냥 잊어버리면 될, 하룻밤의 열기에 불과했다.“김이준. 내 이름이에요.”마지막 순간 정신을 놓던 그 때, 남자가 귓가에 속삭였던 마지막 말.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아니, 기억할 생각도 없었던 이름 석 자였다. “또 뵙네요. 정다희 기자님.”그녀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불러주는 달콤한 목소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 전까지는.“좋아해요. 좋아해. 정다희.”결국 다희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해사한 미소를 짓는 스물둘 파릇파릇한 늑대를 자신의 정원에 들였다. - 개와 늑대에 대하여 본문 中 -

네트 오버 (Net Over)

지아의 손은 도영의 다리, 정확하게는 그가 서 있는 곳 바로 아래의 빨간 보도블록을 가리키고 있었다.“이거, 선 넘지 마세요.”“왜요?”“왜냐니…….”내가 정신을 못 차리겠잖아요.“이, 이렇게 막 넘어오면 반칙이죠. 배구선수가 그것도 몰라요?”고민하는가 싶던 그는 이내 당연하게 발을 앞으로 내디딘다. 상황파악을 못 하고 멀뚱히 눈만 깜박이는 그녀를 보고 도영은 태연한 얼굴을 한 채 입꼬리를 올렸다.“넘었습니다.”좁혀진 거리는 그대로였다.미소의 거리는 단 5센티미터.“그래서, 어쩔 건데요?” ** 실제 리그, 구단, 선수와 무관한 허구의 소설입니다.일러스트 : ORKA타이틀 디자인 : 림재

닿아 멈춰서(Freeze)

컬링 외엔 아무것도 없는 열혈 스포츠 선수 은소호.팀이 깨지고, 국가대표라는 목표도 헛된 꿈이라 생각한 순간, 공기 같던 남자가 말했다.“그거, 저랑 해요.”“어?”“믹스더블이요. 저랑 누나랑.”오랜 시절 알고 지낸 친구의 남동생. 같은 소속의 남자팀 컬링 선수.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 “좋아해요.”낮은음을 내는 음성은 부드럽게 귓가에 스몄다.이겸이 뻗어온 가늘고 긴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를 잡았다.“누나 대신 말고, 같이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같이해요.”말랐다고만 생각했는데. 닿자마자 옅은 떨림이 전해지는, 크고 듬직한 손이다.“다른 사람 말고, 저랑만.”딱 붙은 프리즈 샷처럼, 이겸은 그렇게 소호에게 닿아와 멈췄다.룬휘영 로맨스 장편 소설 <닿아 멈춰서(Freeze)>** 프리즈(Freeze) : 멈춰있는 다른 스톤 옆에 닿을 듯 붙게 하는 컬링의 샷 기술** 본 작품은 실제 단체, 대회 등과 무관한 허구의 소설이며 소설적 표현을 위해 시합 용어, 방식 등이 실제와 다르게 표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