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버림받은 인생, 장헌은 거칠 것 없이 살았다.그와는 달리 억지로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된 여자,김서례를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평범하게 사는 거요.다방 종업원 말고, 평범한 직업 아무거나 하나 하면서요.”꿈도 미래도 없이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았는데 아니었다.다 포기한 것 같았던 그녀는 가느다란 희망을 조심스레 품고 있었다.“여기서 살래?”처음으로 동정이 피어났고 구해 주고 싶었다.그녀가 다방에서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바보같이 들리겠지만 이대로가 좋아요.”거절당할 줄도 모르고 내민 손은 서례를 붙잡지 못했다.그러나 헌은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다.돌아가고 싶지 않은 길로 되돌아가서라도 갖고 싶었다.
“운동밖에 모르던 놈 마음속에 들어오셨습니다. 책임지시죠?” 한일 레오파즈 소속의 만년 2군 야구선수, 강세중. 처음으로 야구보다 더 생각나고, 더 좋은 여자를 만났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노골적으로 야구가 싫다는 그녀. 후회도,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아, 애원일지도. “날 어떻게 꼬실 생각이에요?” 야구 ‘따위’ 때문에 집안에서 항상 2순위로 밀렸던 이은소. 처음으로 무엇보다, 누구보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남자를 만났다. 하지만 운명의 질투인지 정말 지긋지긋한 야구를 직업으로 가진 그. 고백하는 법조차 희한한 그 남자에게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아, 관심일지도. 야구는 딱 질색인 여자와 하필 그녀에게 반해 버린 야구선수. 과연 두 사람은 불리한 전세를 뒤집고 진짜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
친오빠로부터 오랜 시간 폭력에 노출되어 언어 장애인인 척 살아가는 비운의 예술가 ‘화가 지연우’할아버지의 전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화가 지연우’를 지켜야 하는 U그룹 후계자 ‘한태은’“내가 당신 보호자가 되겠습니다. 그것만 허락해요. 그럼 나머진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그림의 반의반만큼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여자. 어떠한 잠재력이 자신에게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 연약함의 극치인 듯 무기력해도 보이지만, 그림과 닮은 사람이라면 앞으로가 어떨지 절로 기대가 됐다. 그렇기에 태은은 선택했다. 충동적이었으나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지연우 씨. 일단 나랑 결혼부터 합시다.”
우연히 알게 된 진실로부터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 나파 밸리에 위치한 투원 와이너리에 온 의주. 존경하는 와인 마스터 에단 파커의 제자가 되어 와인에 대해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와이너리에 나타났다. 한국인으로 보이는데, 에단의 아들이라는 테오 파커.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서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뭐 내가 잡아먹습니까? 주제를 좀 알죠?” “불편해서 그런 건데요.” “그럴 리가요. 떨려서라면 모를까.” 사람 홀릴 듯이 생긴 것과 다르게 성격은 꽝인 데다가 벽을 세우고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는 남자인데, 그를 알수록 묘하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 *본문에서 “ ”는 영어로 진행되는 대화, 「 」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대화입니다.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회사, 사건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미리보기 “자극하려던 거면 성공했어요.” “예?” “사람 의지를 아주 활활 불태우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상체를 숙인 테오가 두 손을 뻗었다. 의주가 앉은 의자 팔걸이를 잡자 지척에 두 사람의 얼굴이 놓이게 됐다. “이름이 뭐라고?” 알지만 물었다. 두 사람이 정식으로 통성명하지는 않았으니, 이게 매너였다. “……우주요.” “진짜 이름?” 의주는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목을 치켜들었다. 끄덕거리다 그와 더 가까워질까 걱정한 듯했다. 낮게 웃으며 곧 입술이라도 맞댈 듯 고개를 숙이는데 의주가 퍽 소리 나게 그의 가슴을 쳤다. 테오가 눈썹을 씰룩이자, 아랫입술을 물더니 곧 그의 한 손을 쳐내고는 벌떡 일어서 버린다. “제법이라고 해 줄까요?” “용건만 해 주시면 좋겠는데요.” 그와 눈빛이라도 얽히거나, 가까이 다가섰을 때 떨려 하던 여자들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아닌 척하는 거 아닐까? 그의 관심을 끌려고. 테오는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의주의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 “진짜 이름은 뭔데요?” “우준데요.” “거짓말. 가끔 우주라고 부르는 소리에 움찔하던데. 지금도 진짜 이름이냐고 했을 때 머뭇거렸잖아요.” “통성명을 보통 이렇게 하시나요?” 의주의 반문에 테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건방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맞는 말이다. 카밀라가 봤다면 혼났을 무례를 수습하기 위해 테오는 순순히 답했다. “테오 파커. 투원 와이너리의 주주 겸 에단 파커와 카밀라 파커의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