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완벽한 1등 사윗감, 고민호. 대한민국 최고인 한국대의대에 다니는 수재에,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 성공한 제약회사 집안의 하나뿐인 아들이기까지. 그런 민호가 내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부모님이 정해놓은 정혼자였다. 하지만, 그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부터 따라붙은 별명, ‘고부인’. 장난처럼 시작된 그 별명은 평범한 내 일상에 발목을 붙잡았고, 나는 그 별명이, 그리고 그 별명의 시작인 고민호가 끔찍이도 싫었다. 학창시절, 나 또한 나쁘지 않은 외모와 인성으로 민호가 아닌 다른 남자들과 몇 번의 썸을 시도해봤지만 늘 본격적인 연애로 이어지기도 전에 끝나버렸다. ‘고부인’이라는 별명이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마다, 조심스레 싹트던 설렘은 항상 기가 막히게 식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굳혔다. 이 좁은 동네에서 벗어나, 그와의 엮인 인연도 끝내버리겠다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민호가 사라진 자리엔 이상하리만치 깊은 허전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그토록 피하고만 싶었던 사랑의 시작점이 어쩌면, 그 녀석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