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아이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내가 어디까지 네게 실망해야 할까, 윤해원.” 허울뿐인 결혼. 구걸하듯 얻어 낸 정사의 대가로 찾아온 아이마저 잃은 그날 밤. 해원은 홀린 듯 도로 위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삶. 모든 장면이 익숙하게 맞아떨어지는 이 운명 속에서, 남편이었던 서강현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무심히 등을 돌리고 멀어져가던 그가 지금은 해원의 가장 사소한 표정조차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전부 쏟아부을 겁니다. 적어도 해원 씨가 나와의 결혼을……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죠.” 이번 삶의 강현이 보여 주는 낯선 태도가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다. 혹시 서강현도 모든 걸 기억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