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기 직전의 결혼 정보회사 ‘러브포유’의 대표 ‘유인선.’ “비용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거액의 선금과 함께 아들의 연애 혹은 결혼 상대를 찾아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그렇게 마주한 JR컴퍼니 대표 ‘차선호.’ 훌륭한 업무 능력, 눈부신 외모, 친절한 성격. 결혼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남자. “혹시 결혼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아니요. 되게 많은데요.” “…….” “왜 결혼 생각이 많으면서 연애를 안 하냐 그게 궁금한 건가요?” “네.” “앞으로 잘 찾아봐요. 인선 씨가 궁금해하는 그거.” “…….” “내가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지 않겠어요?” 그 남자의 결혼이 목표인 여자. “아무래도 내가…… 유인선 씨 많이 좋아하나 봐.” 그런 그녀에게 봄비처럼 스며오는 남자. 세상이 온통 그녀인 남자와 세상이 그로 물들어 가는 여자의 달콤한 로맨스.
“선배.” 말간 웃음과 함께 천천히 밀려 올라가는 매혹적인 입술 사이로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에요.” 가슴이 녹아내릴 것같이 부드러운 음성임에도 바닥으로 떨어지면 와장창 깨져 버릴 것같이 심장이 꽁꽁 얼어 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꿈이길 간절히 바랐다. ”지안 선배.” 그날 밤 거친 호흡과 함께 셀 수 없이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던 자신의 이름. “보고 싶었어요.” 순식간에 눈앞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오석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얼굴. “이제 선배가 내 소원 들어줄 차례인가?” “…….” “나랑 자요, 선배.” “…….” “딱 10번만.”
운명을 믿고, 사랑을 믿으십니까?운명의 여자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야만 하는 남자, 안차임.짝사랑의 트라우마로 운명 따위는 없다고 믿는 여자, 주계나."…… 술시(戌時)에 동쪽에서 귀인을 만날 거야!”용하다는 보살의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지금 제가 그쪽 운명이라는 거에요?”“네. 확실합니다.”“전 운명 따윈 안 믿어요. 이미 개준지 오래거든요.”“그 개가 저라고 생각하십시요.”그들의 인연은 시작되었다.“제가 오케이해서 운명의 여자인 척한다고 하고…….”“왜요? 혹시 나랑 결혼해야 될까 봐, 그게 걱정입니까?”정말 운명이 맺어준 인연은 있는 건가요?운명을 밀어내는 여자와 운명을 당기는 남자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
사랑 없는 결혼은 죽기보다 싫은 남자, 공성찬싱글맘 이하은 과장에게 계약 결혼을 제안하다!“내가 지금부터 제안을 하나 할 거야. 이 과장이 꼭 들어줘야겠어. 당분간 나한테 부인과 아이가 필요해.”JH그룹의 차남 성찬은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가 있다는 것!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역할 대행을 해 줄 여자와 아이가 필요했던 성찬은 가까운 곳에서 적임자를 발견한다. 그녀는 디자인팀의 과장 이하은. 하은이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성찬은 그녀에게 자신의 가짜 부인이 되어 줄 것을 제안한다.사랑보다는 육아가 중요한 싱글맘, 이하은가족을 위해 사장님의 가짜 부인이 되다!“고마워요.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게 해 줘서, 또 사랑할 수 있게 해 줘서….”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던 하은은 딸 유리와 가족의 미래를 책임져 주겠다는 성찬의 말에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랑은 사치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하은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한다. 유리만을 위해 살아왔던 하은은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성찬에게 점점 이끌리는데…. 과연 하은과 성찬 그리고 유리는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사랑이 가득한 가족을 꿈꾸는 《휴직이 필요한 여자, 파혼이 필요한 남자》
열심히 사랑했지만, 언제나 이별의 아픔을 맞이하는 여자 ‘한시원’. 늘어나 보이는 티셔츠, 유행을 거스르는 검은색 뿔테안경, 그리고 정체불명의 운동화. ‘패션 테러리스트’라 불리며, 회사의 비호감 1순위 ‘문석한 과장’. “저 문 과장님 좋아해요. 저랑 사귀어 주세요.” “그런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사귀죠.” 말도 안 되는 고백으로 시작된 말도 안 되는 연애. 그리고 알 수 없는 이 남자의 정체. ‘이 남자 선수 아니야?’ 사랑을 원하는 직진녀 한시원과 그녀 앞에선 한없이 달콤하고 수상한 남자 문석한의 달콤한 연애.
“유비서. 나랑 결혼하면 평생 안 하고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청혼인가 저주인가. 남들이 봐도 자신이 봐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남자 ‘한주원’ 그가 정신 나간 청혼을 해왔다. “제가 사실 대표님 뒤통수 결재판으로 까고 그만둘까 여러 번 고민했어요.” 여러 번의 충동을 참아 내리며 그의 비서 자리를 지키던 여자 ‘유다은.’ 어쩌다 보니 그 말도 안 되는 청혼에 휩쓸려 결혼까지 하고 말았다.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은 바라지도 않았건만, “나 원래 다른 사람이랑 한 침대에서 절대 못 잡니다. 그러니 이 선 넘지 마세요.‘ “뭐라고요?” “유비서. 가까이 오지 마요. 난 살 닿는 게 질색이라.” 접근금지 명령으로 부족해서 좁은 침대 위 자기 지분까지 주장하는 불친절한 남자. “야이씨. 누가 보면 내가 결혼하자고 매달린 줄 알겠다!! 이 자식아!!” 분노를 품으며 지내던 어느 날. “유비서. 한 번만 만져봅시다.” “……대표님. 진짜 왜 이러세요.” “만진 김에 그냥 한 번 하면 안 됩니까? 나 잘 할 수 있어요.” 침대 위 불친절한 남자로 돌변한 그가 무섭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이래저래 불친절한 부부생활이 시작되었다.
송지유.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이 끝이 났다. 사랑 없는 결혼이었기에 지독한 아픔은 없었다. 그리고 들려온 전 남편의 약혼 소식과 함께 그녀의 앞으로 청구된 거액의 빚.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버거운 그녀의 앞에 강세준 그가 나타났다. “결혼하자.” 치밀하게 닿아오는 눈빛 속에 담긴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나쁘지 않잖아. 너 돈 필요하다면서.” “선배가 나랑 결혼하면 얻는 게 뭔데?” “뭐든 있겠지.” 팔을 타고 기어오르는 손끝에 지독하게 끌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 “예를 들면 몸.” 이제는 나른함이 담긴 눈동자가 목적의식을 또렷이 담은 채 빛을 뿜어냈다. “그래요. 해요. 결혼.” 아무것도 잃을 것 없는 그녀에게는. 고작 두 번째 결혼이었다.
“나랑 진짜 밥 안 먹을래요?” 다가가기 겁이 날 정도로 순수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예뻐서요.” 그래서 그에게 자꾸만 끌렸다. 하지만, 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난 분명히 여러 번 기회를 줬어요…….” 빠져나갈 틈조차 조금도 주지 않고, “여기 들어오는 순간 못 멈춘다고……. 분명 말했잖아요.” 자신을 몰아세우는 남자의 눈동자는 삼켜버릴 것 같은 뜨거운 열기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좋았다. 선한 얼굴로 삼키다 못해 터트린 욕망을 뿌리치지 못했다. 아니.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 그리고 7년 후. “안녕하세요. 강태민 대리입니다.” 한 점 비틀림 없는 선한 미소를 그대로 머금은 그가 다시 나타났다. 철없던 시절의 불장난 같은 거였다고. 그렇게 잊을 수 있는 기억이라 여기며 지내려 했는데. “팀장님. 왜 저 피하세요?” 자꾸만 그가 비집고 들어오려 한다. “팀장님. 저 불편해요?” 무감각하게 흐르던 세상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대표님. 저 오늘 집에 가기 싫어요.” 26년 인생. 예고 없이 찾아온 뜨거운 밤이었다. “강 대리.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가히 완벽하다 할 수 있는 지승후와의 황홀한 하룻밤에 당황하기도 잠시. “강설아 대리. 혹시 첫정이 제일 무섭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습니까?”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 들이닥쳤다. “처음을 가졌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죠.” “저 대표님……. 뭔가 오해하신 거 같은데. 저 처음 아니에요.” 매끈한 입가에 감기는 미소가 왜 저렇게 섬뜩한가 했더니. “내가 처음입니다.” ……젠장. 망한 것 같다.
“나는 한 번으로는 안 될 것 같다고 말했고.” 시작하는 순간 단 하루의 객기로 끝날 일이 아님을 알려주는 경고였다. “돈은 얼마나 주면 됩니까?” 서강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얼마를 요구하든 가소로운 액수일 것이라 짐작하는 표정이었다. 은지는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자니 느닷없이 실소가 흘러나왔다. 이 어둑한 공간을 제 손으로 두드리는 순간부터 모든 결정권은 남자에게로 넘어갔다. “대표님이 원하실 때 끝내요.” “…….” “그리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난장인 머릿속을 애써 무시하며 가까스로 목소리를 낸 은지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제법 관대하던 남자의 눈빛이 목덜미가 선득해질 정도로 차갑게 식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 공기마저 찍어누를 것 같은 무거운 목소리가 고막을 가르고 들어오는 순간 커다란 손이 턱을 쥐었다. 대표님이 원하실 때 끝내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을 했는지 알기나 할까? 시작하는 순간 끝을 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 예감했기에 선택권을 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끝을 기약할 기회마저 박탈했다.
“이제 키스는 더 안 배워도 될 것 같고.” 지혜원. 눈앞의 그녀는 더 이상 교복 입은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부드럽게 허리를 감아 당긴 태빈이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다른 거 가르쳐 줄게요.” 동정심일까. 혹은 호기심일까. “아주 천천히. 밤새 자세하게 가르쳐 줄 거야.” 시작점을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네 앞에 데려다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도 중요치 않았다. 네가 힘겹게 내민 손을 기꺼이 끌어 잡고. “그러니까 나만 따라와.” 네 세상에 완벽히 나를 던지기로 했다. *** “잘 지내셨어요?” 강태빈. 6년 만에 만난 남자는 여전히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 “저도 첫눈에 반했어요.” 나를 향한 마음이 동정심이어도, 혹은 호기심이어도 괜찮았다. “그쪽 사생활 간섭하는 일도 없을 거고 저도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시작점을 알 수 없는 용기가 나를 당신의 앞에 세워 놓았다. 지금은 그 무엇도 중요치 않았다. 내가 힘겹게 내민 손을 당신이 기꺼이 잡아 준다면. “그래도 괜찮으시면. 저랑 결혼해요.” 당신의 세상에 완벽히 나를 던지기로 했다.
“걔가 그렇게 잘해.”공부. 운동. 요리. 하물며 연애까지 잘한다는 엄마 친구 아들 기강혁.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남자는 아영에게 열등감의 대상이었다.'그 인간이 그렇게 잘났어? 내가 너 꼭 이기고 만다.'그렇게 홀로 남자를 향해 켜켜이 분노를 쌓아오던 아영은드디어 강혁을 마주하게 되는데…“원래 이렇게 예민해?”“아아. 더 해줘요….”예상치 않게 남자가 정말로 잘하는 걸 발견하고 말았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 '그' 기강혁이다!평생을 무럭무럭 키워 온 반항심에 애써 이성을 붙잡으려 해보았지만.“사귑시다.”“네? 뭐라고요?”“말했잖아요. 난 환장하게 좋았다고. 그래서 관계를 이어갔으면 합니다.”그가 자꾸만 아영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말해봐요. 가? 아니면 말아?”속수무책으로 밀고 들어오는 남자에아영은 스스로의 마음조차 확신할 수 없는데…“내가 가는 게 싫으면 와도 되고.”“…….”“천천히, 충분히 고민해 보고, 진아영 씨가 원할 때, 그때 와요.”홀릴 것 같은 미소를 휘감은 남자가 속삭였다.“대신 그때는 안 놓아줄 거니까, 각오하고.”벚꽃그리고 장편 현대로맨스 소설, <엄마 친구 아들이 다 잘해>
“서나연 씨. 꼭 한번 가져 보고 싶다는 게 아직도 나 맞습니까?” 파르르 떨리는 나연의 눈꺼풀이 느릿하게 떨어졌다가 자리를 찾았다. 7년 전 좋아한다는 말 대신 꺼내놓았던, 어쭙잖고 하찮은 고백을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노선을 확실히 정할 거 아닙니까.” 안주혁의 눈빛은 그 날처럼 숨 막히게 고요했다. 속내를 숨긴 까만 눈동자 안에 희미하게 너울지던 열기가 무엇인지 늘 궁금했었다. “……네. 맞아요.” 그때는 치기 어린 호기심이었다면, 지금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내내 넘지 못한 선을 한 번쯤 넘어보고 싶다는 그런 욕심. 알면서도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가올 날들이 엉망진창으로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이렇게라도 간절히 잡아보고 싶었다. “꼬맹아.” 짙게 파고드는 남자의 향기를 깊게 삼킨 나연은 숨을 멈췄다. “근데 그거 되게 위험한 말인데. 그때 알고 한 건가?” 뺨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둥글게 넘겨주는 손길은 목소리처럼 다정했다. “네가 날 가지면 나도 널 가지는 거고, 그래요? 안 그래요?” 대답은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었다는 듯, 거리를 좁혀 온 남자의 손이 목덜미를 파고들었다. 서서히 고개를 떨구는 남자의 까만 눈동자가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네 욕심 따위는 단숨에 짓밟힐 한 줌의 사사로운 감정이라 비웃듯. “한번 가져 봐요.” 입안을 적셔오는 열기처럼 지독히도 치열한 욕망이었다.
“오빠는 나랑 자고 싶다는 생각 한 번도 안 했어요?”고이 품어 주다가 날려 보내려던 작은 새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그럴 거면 키스는 왜 했어요?”아니. 어쩌면 내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안세정. 그게 할 소리야? 감당할 수 있는 말만 해.”“이런 말을 남편한테 하지 누구한테 해요.”“서류상으로만 묶인 부부 관계. 잊었나 봐?”“그러니까 그게 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고요.”미련 없이 훨훨 날려 보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는데, 착각이었다.“네가 원하는 대로 나랑 침대 위에서 구른다고 치자. 결과가 아니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오빠는 평생 나 잊고 살아도 돼요. 꼭 같은 기억을 품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작은 날갯짓이 만들어 낸 유약한 바람이 산란하게 마음을 휘젓기 시작했다.“한번 시작하면 울면서 사정해도 안 멈춰. 밤낮 안 가릴 거고 장소도 전혀 상관 안 해.”어차피 휘말릴 거라면 후회조차 남기지 않기로 했다.“지금 당장 확인해 보겠다고. 입 먼저 벌려.”
“뭐가 이렇게 다 환장하게 말랑해.” 모든 세상이 술에 잠겨버린 밤. “울어도 못 멈춰.” 욕망을 집어삼킨 남자의 목소리와 뜨거운 숨결만이 연서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다행일까, 아니면 불행일까. “지금 선 넘으면 끝이야. 나한테 너 더는 제자 아니라고.” 하필이면 한때 존경의 대상이었던, 첫사랑이자 오랜 짝사랑의 주인공인 현민혁 교수님과 제대로 사고를 쳤다. “교수님. 죄송해요. 그날 있었던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꼭 입단속 제대로 할게요. 저도 그렇지만, 상황 자체가 교수님께 좋을 게 없잖아요.” 피차 실수라 여기며 깔끔하게 덮으려 했건만. “그날 밤, 난 미치도록 좋았는데. 좋을 게 없는 건 말이 안 되지.” 교수님이 자꾸만 선을 넘어온다. 정성껏 예쁘게 포장해 둔 풋풋하고 청량한 첫사랑이 아직 온점을 찍지 못한 걸까. “착각한 것 같아서 다시 말해 주자면, 내가 원해서 너 안았어.” “나는 없었던 일로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야.” 교수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때 아닌 바람처럼 불어와 가슴을 산란하게 휘저었다.
“그러니까, 나랑 잠만 자겠다?” 약간의 의아함, 그리고 짙은 호기심. 두 개의 감정을 품은 강지헌의 검고 짙은 동공이 다시 돌아와 주은의 얼굴을 삼켰다.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돼요.” 피식. 지헌은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겨우 억누르고 있는, 남자라는 짐승의 욕망을 자극하는 여자의 눈빛은 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그럴 리가. 내가 쌓인 게 좀 많아서, 친절하지 못할까 봐, 그게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커다란 몸 안에 그녀를 가두듯 성큼 다가선 지헌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근데 남녀가 침대에서 뒹굴면서 예의 차릴 필요는 없으니까.” 이마와 코끝을 적시며 떨어진 나직한 속삭임에 주은의 눈빛이 처음으로 작게 흔들렸다. “근데 침대 위에서도 이런 눈빛 하고 있을 겁니까?” “그럼 어떤 눈빛을 해야 하는데요?” 긴장한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주은이 눈에 힘을 실었다. 그 순간 허락 없이 건너온 지헌의 손끝이 도톰한 아랫입술에 닿았다. 말랑한 살결을 뭉개며 쓸어 대는 야릇한 손길에 주은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그러게. 나도 그게 미치도록 궁금하네.”
“난 침대에서 같이 뒹굴 여자 아니면 내 집에 안 들이거든.” 까칠하고 버릇없는 주제에 야구 좀 잘한다고 저 잘난 맛에 사는 재수 없는 차신우. “싫다는 사람 계속 이렇게 찾아올 거면 같이 한 번 뒹굴어 주던가.” “같이 뒹굴 남자의 몸에 대한 기준이 아주 높은 편이라서요.” 따라붙는 타이틀처럼 고고하게 살아온 남자의 인생에. “자신 있으면, 까보시던가요.” 이상한 여자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혹시 개띠야? 물고 뜯는 걸 잘하는 거 같아서.” “차 선수도 개띠잖아요.” “맞아. 그러니까 조심해. 잘못하면 나랑 개싸움 난다.” “네. 저는 안 건드리면 안 물긴 하는데. 아무튼, 주의할게요.” 어디서 도라도 닦고 온 건가. 무섭도록 차분한 여자에게 자꾸만 신경이 긁히기 시작했다. “은근히 한 마디를 안 져.” “저 이겨 먹으려고 그동안 그러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주하린을 이겨 먹을 수 있을까. 난생처음, 야구가 아닌 곳에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주하린을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 좋아해.” 내 가슴이 너로 가득 차버리는, 그런 날이 오리라는 걸. “누가 주 실장한테 나 좋아해달라고 했어? 그냥 내 마음이 그렇다고 얘기하러 온 거야.” 이토록 네가 간절해지는 순간이 오리라는 걸. ……또한 몰랐다. “나랑 단둘이 있는 게 그렇게 싫어?” 결국엔, 좋아하는 쪽이 지는 싸움이라는 걸. “내가 잘할게. 그러니까 나 좀 살려줘.”
“오빠는 나랑 자고 싶다는 생각 한 번도 안 했어요?” 고이 품어 주다가 날려 보내려던 작은 새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 “그럴 거면 키스는 왜 했어요?” 아니. 어쩌면 내가 길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안세정. 그게 할 소리야? 감당할 수 있는 말만 해.” “이런 말을 남편한테 하지 누구한테 해요.” “서류상으로만 묶인 부부 관계. 잊었나 봐?” “그러니까 그게 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고요.” 미련 없이 훨훨 날려 보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는데, 착각이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나랑 침대 위에서 구른다고 치자. 결과가 아니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오빠는 평생 나 잊고 살아도 돼요. 꼭 같은 기억을 품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작은 날갯짓이 만들어 낸 유약한 바람이 산란하게 마음을 휘젓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하면 울면서 사정해도 안 멈춰. 밤낮 안 가릴 거고 장소도 전혀 상관 안 해.” 어차피 휘말릴 거라면 후회조차 남기지 않기로 했다. “지금 당장 확인해 보겠다고. 입 먼저 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