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고등학교, 기간제 윤리 교사 탁나나. 수천 가지 불행 속에 딱 한 가지 보통을 행운이라 여기며 살아가던 중, 모두가 기피하는 2학년 3반의 담임을 맡게 된다. 거기서 스물다섯의 복학생, K 그룹 회장 아들 구희성을 만나게 되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와 피하려고 하는 상황 속, 나나에게 파격적이고 은밀한 제안이 들어온다. 서로를 미워한 일 년, 사랑한 일 년, 헤맨 이 년.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 * * “나 복수고 뭐고 다 버리고, 미친놈처럼 너한테만 붙어 있을까.” 내가 바랐던 대로, 그는 항상 내 앞에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해 봐.” 내 불안은 그가 끌어안지 못한 조각일 뿐이었는데. 그가 품기에도 벅찬 불안이었는데. 내가 마주한 불안은 그가 짊어진 불안에 비교도 되지 않는 거였는데. “난 너 말고 다 버릴 수 있어.” 그 불안은 내게서 빚어진 건데, 그는 내 불안마저 사랑하겠다고 한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드라마 촬영지에서 마주친 남자, 공하현.보기 좋게 그을린 살갗에 너른 어깨를 지녔지만,자그마한 키스 하나에 온통 얼굴을 붉히는 남자는소이의 더없이 소중한 존재가 된다.하지만 그녀는 불의의 사고로 그 남자를, 그 시절을그리고 사랑했던 기억을 잃고 도망치고 말았다.시간이 흐르고,소이가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어느 날.그녀는 다시 하현을 만나게 되는데…….***“키스해 줘.”“…….”“그게 우리 사랑의 기준이잖아.”기억을 땋아 만든 듯한 옷자락을 타고 올라 하현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어둠에 물든 하현의 얼굴이 한층 더 매서워 보였다. 달뜬 호흡을 내쉬는 것마저도 맹수의 탐색전으로 느껴질 정도로.“소이야, 키스해.”
양딸과 친딸을 구분 없이 키웠다는 양부의 말이 무색하게 호연은 두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세정과의 맞선 자리로 떠밀렸다. 변태, 폭력범, 미친놈. 남자를 둘러 싼 무수한 소문과 달리 그는 타고난 여유를 가지고 손짓 한 번에 공기를 바꾸는 지배적인 남자였다. “열 살 많은 남자랑 섹스하는 건 괜찮겠어요?” “…….”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요.” “…….” “어린애라 이런 대화는 어렵겠네.” 좁은 어깨가 수치심으로 떨릴만큼 치욕스러웠지만, 간절한 호연은 필사적으로 매달려 그와의 결혼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사랑 없는 시한부 결혼이 죽는 날. “이혼, 못 해요.” “…….” “좋아해요.” “…….” “세정 씨를 좋아해요.” 이 결혼은 다시 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