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우
임해우
평균평점 5.00
검은 용의 갈빗대
5.0 (2)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전쟁 영웅 아졸 공작의 사랑스러운 딸, 아사야. 왕자비 후보로 일찍이 점찍힌 소녀의 인생은 남들이 짜 놓은 계획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향하는 곳만큼은 누구도 조종할 수 없다. “드래곤을 갖고 싶으면, 왕자에게 달라고 해. 예물로 말이야.”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멋진 왕자님이 아니다.* * *“약속했잖아, 내가……. 다시 널 되찾겠다고. 맹세했잖아, 눈물로.”그녀의 대꾸에 드래곤의 무거운 머리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절망한 듯 보이는 동작이었다.두 손을 뻗어, 아사야는 용의 거대한 머리를 최대한 끌어안았다.“나 괜찮아. 왕자비가 됐는걸. 모두가 내 결혼을 축하했어……, 축하받는 결혼이었어. 내가 선택한 거야. 가브리엘. 그러니까…….”횡설수설하며 아사야는 거짓말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브리엘은 그녀의 결혼을 만류하고 그녀의 선택을 저지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존재였다.그래서 아사야는 그를 좋아했다. 그녀의 드래곤은 그녀가 만나 온 어떤 인간보다도 인간적으로 생각됐다. 가브리엘은 조용했지만 다정했고, 거대했지만 부드러웠으며, 날카로운 이를 가졌지만 그녀를 상처 입힌 적 없었다.그런 사람이 그녀 곁엔 없었다.“이제 널 언제든 만날 수 있어. 우리, 언제든지……,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어.”“…….”“가브리엘…….”흔히 해 왔던, 그래서 그리웠던 혼잣말로 아사야가 말했다.“이제 혼자가 아니야.”그리고 이상한 감각이 아사야를 감쌌다.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가 제 것이 맞기는 한가 싶었다.“이제 다칠 일 없을 거야. 누구도 널 해치지 못해, 누구도…….”누구를 향한 것일지 모를, 흩어진 감정들을 우두커니 느끼며 아사야는 혼잣말했다.“누가 널 데려가고 우릴 해치려 한다면…… 나도 가만있지는 않겠어.”조용히, 가브리엘이 그녀의 얼굴 앞으로 머리를 숙였다. 아사야는 저의 검은 용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무기력한 건 지긋지긋해.”그러자 가브리엘이 천천히 목을 빼내더니, 큼직한 머리를 느릿느릿 움직여 제 주둥이를 아사야의 이마에 붙였다.그가 제 이마에 키스해 준 것을 알고 아사야는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