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못나고 방울만한 것이 춘류각의 안주인이란 말인가?”월하노인이 점지한 북위산 령주의 신부는 심약하고 볼품없는 인간 계집이었다. “이놈의 늙은이가 노망 난 것이 분명하구나!”황당함을 금하지 못한 북위산 령주는 월하노인에게 쫓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 무슨 빌어먹을 짓이오!’라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저곳 바람처럼 유랑하는 월하노인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여, 어쩔 수 없이 신부를 맞이했다.“네 소임이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제 소임은 령주님을 극진히 모시며 북위산의 젖줄인 홍매화가 왕성해지도록 좋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입니다.”“어진 성품으로 귀감이 되어야 할 안주인이 내실에 어엿하게 앉아만 있으면 홍매화가 왕성해 진다더냐?”“그건…….”“홍매의 정기는 주인들이 부부의 정을 나누어야 왕성해지느니라.”“그렇긴 하온데……. 갑자기 다가오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바뀌었다니요?”“처량하게 눈물짓는 홍매가 딱하지 않느냐. 안쓰러운 홍매를 위해서 실성한 척하고 초야를 치러볼까 싶구나.”[본 도서는 15세이용가 개정판 입니다]
-그와 함께하는 밤이 늘어날수록, 깊어지는 밤처럼 그녀의 마음이 깊어진다.- “작별 인사 받으려고 불렀어. 무사히 다녀오라면서 진하게 뽀뽀 한 번 해 줘.” 정우의 음성은 너무도 무던했다. 악착같이 거리를 유지하는 다윤이 조금 더 다가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드러나지 않을 만큼 평범 그 자체였다. 다윤은 ‘뽀뽀해 줘.’라는 낯간지러우면서도 달콤한 요구보다 ‘작별 인사’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작별. 혹은 이별. 언젠가 닥쳐 올 두 사람의 마지막이 다윤의 머릿속에 연상되었다. 그때는 정우와 다윤이 더는 남자와 여자가 아닌 직장 동료로만 지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우가 방금 한 말은 두 사람의 마지막을 거론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잠깐의 헤어짐을 말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서걱서걱한 것일까.
-닥터 블랙 속편-<소개글> 광성종합병원의 동갑내기 레지던트 1년차 김호현과 장희선.인턴 시절 줄곧 불편한 사이었던 호현과 희선은 수련의 과정을 마친 2월 28일 화끈하게 사고를 쳤다! 술. 김. 에. 호. 텔. 에. 서.“널 보며 내 하트 레이트(심박동수)가 빨라지는 일은 없을 테니 염려 마.”“마찬가지야.”기회가 되면 곧잘 뜨거워지면서도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모두에게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오직 희선에게만은 까칠한 호현.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사랑에서만은 작아지는 희선.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호현과 희선의 은밀한 밀. 당.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름 우장미. 하얀 장미꽃처럼 화사하게 웃는 그녀는 짝사랑한 남자에게 고백하고 빵 차였다.“난 너처럼 웃음이 헤픈 여자는 싫어. 다른 데 가서 알아봐.”냉정하기 그지없는 그의 말이 그녀의 심장을 쿡 찔렀다. 시간이 강물처럼 흘렀다. 사랑의 시련 따위에 무너지지 않은 장미는 대양대학병원 레지던트 3년차가 되었다. 어느 날 그녀는 술을 잔뜩 마시고 과거에 자신을 빵 찬 남자에게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을 위해서 밤에 피는 장미가 되어 줄게요. 이번에 큰맘 먹고 장미 한 그루 길러 보세요.”무더운 여름밤, 웃음이 헤퍼서 슬픈 닥터 로즈의 관능 소나타가 울려 퍼진다.관능적인 그녀의 몸짓에, 마취된 듯 깊은 수면에 빠진 그의 사랑이 시나브로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