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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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는 메스를 든다

불의의 사고로 죽는 줄로만 알았던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피가 흥건한 전쟁터였다.피바다를 만든 장본인의 검 끝이 내게 향하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누구냐.”목에 겨누어진 붉은 검, 마주친 섬뜩하게 붉은 눈.어둠 속을 뚫고 나온 남자가 음산하게 물었다.“의사입니다.”내 메스의 끝은 그를 향하고 있었다.Illustrated by 이나

캐슬 1

<캐슬 1> 죽여야만 살 수 있는 곳. 어느 누구도 기억이 없다. 내 손을 적신 피는 나의 연인의 것일까, 친구의 것일까, 가족의 것일까. 그저 낯선 이의 것일까. 그 끔찍한 곳에서 세이린은 기억의 잔상을 가지고 깨어난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숨긴 채 생존이 시작되지만 이 참담한 곳이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다가오는 이들마저 낯설지가 않다. 점차 맞춰지는 기억의 조각들. ‘네가 지금 있는 이곳, 우리는 캐슬이라고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