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샤나 아스는 사고를 당한 이후로 사람의 수명이 보인다.머리 위에 나타나는 그 사람이 죽을 날짜와 사인.그 글자가 검은색이면 그녀가 도와줄 수 있어서 때때로 마을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곤 했다.“오늘 호수에는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뱃놀이하기엔 날이 너무 추우니까.”저 사람은 오늘 호수에 빠져 죽을 뻔했다.이렇게 사람들을 구한 게 적지 않아서 그럴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녀에게 말했다.“넌 정말 행운의 아이구나!”글쎄, 딱히 죽음이 보이는 게 행운 같지는 않은데.그러나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면, 붉은색으로 보이는 수명. “나를 구해.”제국력 422년, 평화로운 어느 날의 저녁.집 앞 마당에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 사내. 그리고 그 피보다도 선명한, 당신의 수명.[427년/사인:에샤나 아스.]내 이름이 왜 저기에 있어?
리아트 프시키아는 가문에 돈이 없어서 팔려나가듯 결혼했다가, 반역에 휘말려 죽음을 겪는다. 남은 수명을 대가로 회귀한 그녀는 반복된 죽음의 끝에 반역자 남편의 목을 황제에게 바치면서 마침내 회귀의 고리를 끊는다. 공로를 인정받아 얻은 영지에서 다량의 마정석이 나오며 제국 최고의 부자까지 되는데.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리아트 프시키아는 삶이 딱 1년 3개월 남았다. 그러한 그녀가 바라는 것은. "사랑을 할 거야." 제국 전역에 리아트 프시키아의 새 남편을 구하는 대회 공고가 붙는다. 남편 될 자는 몸이 좋아야 하니 검술 시험, 감수성도 있어야 하니 문학 시험, 인성도 봐야 하니 교양 시험까지. 대회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까지 있으니……. *** “왜 미친 여자란 소문을 듣고서도 그 여자를 무시하지? 보통 미친 사람이란 걸 알면 그 앞에선 몸을 숙이지 않나?” 한 걸음, 리아트가 사내에게 다가갔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 “…….” “미쳤다는 소문의 시작은 분명, 전 남편의 목을 직접 벴다는 내용일 텐데…….” 쩍 굳어버린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리아트가 곧 부드럽게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온화한 사람처럼 미소한 리아트가, 몹시도 소중한 것을 대하듯 손을 내뻗어 사내의 목을 톡톡 두드렸다. “응? 목 관리는 잘해야지.”